[현장, 그곳&] “언제 도착할까” 하염없이 버스 기다리는 외곽지역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 수 없어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함을 겪는 양평군의 한 마을(왼쪽)과 달리 수원시 등 도심 지역은 어떤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버스정보 안내단말기(BIT)가 설치돼 있다. 김시범기자

“버스 도착시간? 우린 그런 거 몰라…대충 언제 ‘즈음’ 오겠거니 하고 미리 나와서 기다리는 거지”

지난 1일 양평군 강하면의 한 마을. 양손 가득 보따리를 들고 버스정류장에 나타난 김정숙 할머니(78ㆍ가명)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버스 6대가 지나가는 이곳 정류장엔 벤치와 비를 가려주는 작은 처마가 있을 뿐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알림판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면 인구 4천826명 중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천586명(32.9%)에 달하는 이 마을에서 버스는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터미널로 향하는 4-9번 버스의 경우 배차 간격이 최대 3시간을 넘기는 데다 매번 도착하는 시간마저 달라 주민들은 20~30분씩 미리 나와서 기다려야 한다.

 

광주시 퇴촌면의 한 마을도 버스정류장에 안내판 등이 없어 주민들이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희준기자

이날 광주시 퇴촌면의 상황도 다를 바 없었다. 마을회관 앞 버스정류장에서 고개를 연신 두리번대던 신영자 할머니(83ㆍ가명)는 ‘버스가 언제 지나갔느냐’며 불만 섞인 혼잣말을 되뇌였다. 30분이 흘러도 읍내로 가는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신 할머니는 시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신 할머니는 “시장이나 병원에 가려면 우리 같은 노인네는 버스 말곤 방법이 없는데, 매번 도착하는 시간을 몰라 자주 낭패를 겪는다”며 “평생 이렇게 살아와서 적응은 됐지만, 짐이 많거나 시간이 촉발할 때면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대중교통 이용 여건이 취약한 외곽지역과 달리 수원시 장안구청 인근의 정류장엔 어떤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버스정보 안내단말기(BIT)가 설치돼 있다. 김시범기자

도심 속 버스정류장과 달리 외곽지역에는 별다른 안내 장치가 없어 대중교통 이용 여건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버스정보 안내단말기(BIT) 설치율은 올 상반기 기준 40.8%로 집계됐다. 그러나 양평ㆍ광주ㆍ여주 등 비교적 외곽에 위치한 12개 시군은 설치율이 3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버스 이용에 불편을 겪는 지역은 대체로 노인 인구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젊은 세대의 경우 안내단말기가 없어도 앱 등을 통해 버스 도착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노년층은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2022년 3년간 외곽지역을 대상으로 버스정보 안내단말기(BIT) 확대 지원을 추진 중이다. 도비 10억원을 포함, 총 33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며 지난해엔 화성ㆍ파주ㆍ양주 등 9개 시군이 지원을 받았다.

도 교통정보과 관계자는 “도민들의 버스 이용에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외곽지역 시군들의 BIT 설치율을 높여 도내 시군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게 주된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정민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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