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도심 속 ‘시한폭탄’…방치되는 폐업 주유소

경기도내 휴ㆍ폐업 주유소들 중 상당수가 안전조치 없이 장기간 방치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사진은 용인시 백암면(왼쪽)과 남양주시 화도읍에 각각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휴ㆍ폐업 주유소. 김시범기자
경기도내 휴ㆍ폐업 주유소들 중 상당수가 안전조치 없이 장기간 방치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사진은 용인시 백암면(왼쪽)과 남양주시 화도읍에 각각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휴ㆍ폐업 주유소. 김시범기자

친환경차 바람 속에 코로나19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문을 닫는 주유소가 늘고 있지만, 안전조치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토양 오염과 폭발의 위험까지 우려되는 만큼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9일 북한강을 따라 뻗은 46번 국도에서 남양주시 화도읍에 이르자, 허름한 주유소가 나타났다. 960㎡ 면적의 주유소엔 사람이나 차량 대신 잡초가 무성했고, 주유기를 허술하게 둘러싼 안전띠는 바닥까지 늘어진 상태였다. 이곳은 지난 2018년 3월부터 휴업에 들어갔지만, 3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 기름냄새를 풍기며 방치되고 있다.

용인시 처인구의 폐업 주유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 2011년 8월 문을 닫은 뒤로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폐허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주유기 위 천장에는 패널들이 뜯겨져 나간 채로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고, 주유소 부지의 경계를 따라 행인들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생활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었다.

인근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주민 임준호씨(22ㆍ가명)는 “초ㆍ중ㆍ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내내 방치돼 있었는데, 군대를 전역한 뒤에도 흉물스럽게 남아있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라며 “주유소는 언제든지 폭발 위험이 있는 장소인데 저렇게 내버려둬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기지역 휴ㆍ폐업 주유소는 2016년 112곳, 2017년 90곳, 2018년 185곳, 2019년 131곳, 2020년 112곳으로, 연평균 130곳의 주유소가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조치에 대한 의무가 없어 아무렇게나 방치되기 일쑤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0월 안산시의 한 폐업 주유소가 철거 도중 유증기로 폭발해 행인이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개월 이상 영업을 중지할 경우 14일 전까지 의무적으로 ▲위험물 제거 ▲출입제한 등 안전조치를 마치고 관할 소방서에 신고하도록 하는 위험물안전관리법 개정안이 내달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이미 휴ㆍ폐업 상태인 수백곳의 주유소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여전히 위험을 안고 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현재는 안전조치를 한 뒤 관할 소방서로 자진신고를 하게 돼 있지만, 10월부터는 신고가 의무”라며 “지난해 9월 도내 휴ㆍ폐업 주유소에 대해 점검을 실시했는데, 올해도 하반기 중 일정을 잡아 점검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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