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이집트 미술과 빵

이집트 벽화는 주로 피라미드 안에서 발견되는데 영생을 강조하는 이집트의 세계관 때문에 대부분은 재생과 부활을 주제로 하고 있다. 기법적으로는 기능성에 바탕을 둔 정확성 때문에 상반신의 정면, 옆면의 얼굴, 정면의 눈 등 ‘정면성’이라는 관념적인 예술관이 형성됐다. 피라미드 벽화에는 이외에도 당시의 생활상이나 다양한 사회상의 모습도 묘사돼 있다. 다른 지역의 분묘들과 달리 특징적인 것은 ‘빵’에 대한 그림들이 많다는 것이다.

원뿔 모양의 케이크를 제조하는 모습의 레크미르의 벽화, 엠머빌 빵 제조법이 있는 람세스 3세 벽화 등 그 외에도 빵굼터, 화덕, 밀을 가는 도구들도 발굴됐다. 심지어 멘투호테프 2세의 무덤에는 4천년 된 빵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고대의 기록에 따르면 주변국들은 이집트인들을 ‘빵을 먹는 사람들’이라고 불렀다는데, 이 말에는 칭찬과 경멸의 이중적인 의미가 있지만, 이집트인들의 빵에 대한 자부심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이집트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상된 밀 가격 때문에 빵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 담배 한 개비 가격으로 빵을 스무 개나 살 수 있는 현재의 빵 가격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에도 빵 가격 인상을 시도했다가 폭동이 일어나는 등 사회적 혼란이 있었고,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을 보면 과연 인상할 수 있을까 싶다.

이집트는 현재 최대 밀 수입국이지만 과거 이집트는 최대 밀 생산국이었다. 기원전 7천년쯤 서남아시아에서 시작된 밀의 재배가 이집트에도 전해졌고, 비옥한 나일강 삼각주에서는 밀과 보리가 풍부하게 생산됐다. 당시의 빵은 밀가루를 그대로 구운 납작한 모양의 맛없는 빵이었는데, 이집트에서 오늘날 우리가 먹는 발효빵이라는 혁신적인 발명품이 만들어졌다. 발효는 밀가루 반죽이 부패하는 과정이다. 다른 민족들이 음식의 부패를 막는 방법을 연구했다면,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통해 부패를 연구한 사람들이었다.

이후 맷돌과 오븐의 발명을 통해 이집트는 빵에 대해서는 혁신의 나라가 됐다. 고대 이집트 빵은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이었고 로마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고대문화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사랑의 블랙홀’이란 영화가 있는데, 자기중심적이고 시니컬한 TV 기상 통보관 필 코너스(빌 머래이 분)가 취재차 시골에 갔다가 눈보라에 갇혀 하룻밤 머물게 된다. 그런데 그 하루가 끝나지 않고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코너스는 분통을 터뜨리다가 점차 그 생활을 즐기면서 쾌락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영원한 삶은 결국 절망이었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죽어도 눈을 뜨면 또 하루다. 결국, 나중에는 체념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되자 멈추진 시간이 다시 흐르게 된다.

피라미드의 주인은 권력자들이다. 그들은 죽음 후에도 영원한 권력을 누리길 원했고 그래서 영생을 꿈꿨다. 영원한 시간의 주인은 ‘신’이다. 어리석은 인간들이 영생을 꿈꾸지만, 그 삶은 지옥일 수 있다. 인간은 영생을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우리에게 이집트 벽화는 영원한 삶의 기록이 아니라 그저 아름다운 예술품으로만 다가올 뿐이다.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