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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 TV토론이 대통령 만든다고?
오피니언 변평섭 칼럼

[변평섭 칼럼] TV토론이 대통령 만든다고?

정치평론가들은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이 TV가 없었으면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1960년 9월26일,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 TV토론이 있던 날, 민주당 후보 케네디는 특이한 헤어스타일에 검정 정장, 하늘색 와이셔츠를 입고 얼굴에 메이크업까지 하는 등 젊고 활력 넘치는 이미지를 보여 주기 위해 정성을 기울였다.

그때만 해도 TV가 컬러가 아닌 흑백이어서 그에 맞는 이미지 연출에 신경을 썼는데 반대로 공화당 닉슨 후보(당시 현직 부통령)는 이런 것에 소홀했다. 그런데다 닉슨은 무릎 수술을 받고 입원을 막 끝낸 상태여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얼굴 화장도 거부하고 맨얼굴로 TV토론장에 나타났다. 사실 닉슨은 현직 부통령으로 인지도가 높고 이미 모스크바에서 당시 소련 공산당 제1서기 흐루시초프와의 그 유명한 ‘부엌 논쟁’으로 토론 솜씨를 세계에 과시한 만큼 케네디를 얕잡아 보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TV토론이 시작되자 상황이 정반대로 전개됐다. 닉슨은 계속 얼굴에 땀을 흘려 피곤한 모습에다 얼굴빛은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해 창백해 보였다. 반대로 케네디는 아일랜드 이민 후손이어서 특유한 영어 발음에 유창한 언변으로 닉슨을 공격, 미국을 이끌 지도자로서 유권자들에게 믿음을 심어 주는 데 성공했다.

이 TV를 보고 미국의 중도층이 케네디로 돌아섰고 특히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가 크게 높아졌다. 그리고 케네디는 미 역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래서 사람들은 TV가 없었으면 케네디는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후 많은 나라들이 선거에서 TV토론을 가장 효과적인 선거운동으로 활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국민의힘에서는 선두 주자인 윤석열 후보 측이 토론에 소극적이라며 역대 선거에서 토론실력을 보여 줬던 후보들이 공격했고, 지난달 25일에 있었던 후보들 비전 발표회를 ‘초등학교 학예회’ 같다고 비웃는 후보도 있었다. 심지어 ‘TV토론이 겁나면 대통령 출마도 그만둬라’고까지 몰아세웠다.

그리하여 마침내 국민의힘도 민주당처럼 치열한 토론의 무대가 열렸으며 날 선 검증과 공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각 후보 캠프에서는 토론 준비에 올인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을 초청해 과외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TV토론이 대통령을 만드는 요술 방망이라도 되는 것일까? 듣기에 달콤한 언변으로 유권자들을 솔깃하게 하고, 상대방의 허점을 후벼 파는 공격은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바지를 벗을까요?’와 같은 저급한 용어, ‘배신자’, ‘개XX’ 같은 섬뜩한 독설은 유권자들을 흥분시킬 것이다.

얼굴의 주름을 감추고 눈썹을 짙게 하는 등 분장은 이미지를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얼마나 표로 연결될 것인가? 중요한 것은 이제 유권자들의 의식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여러 선거에서 수없이 있었던 TV토론을 통해 TV화면 뒤에 가려진 후보자의 진실을 유권자들은 판별할 줄 알게 된 것이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며 과정은 공정할 것이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대통령의 멋진 말도 얼마나 허접한 것인가를 경험한 국민은 이제 그 연출된 말의 향연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TV토론이 선거 참고서는 될지언정 대통령을 만드는 요술방망이는 아님을 후보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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