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길영배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인문도시’ 역점,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수... 화성성역의궤 등 기록유산 집중한 전시·체험

“수원시민들과 지역 예술인들에게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재단이 되겠습니다. 문화예술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재단 임직원들이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2월 수원문화재단 제7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길영배 대표이사(60)는 수원시민과 지역 예술인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재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공공기관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문화적, 예술적인 고민을 나누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재단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7일 길 대표이사를 만나 수원문화재단을 이끌 구상과 코로나19 상황 속 맞이하는 가을 축제, 법정 문화도시 선정을 위한 준비 등 수원의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구상을 들어봤다.

Q 취임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공직에서 벗어나 재단을 이끈 소회가 남다를 텐데 취임 후 어떤 부분에 역점을 두고 운영하셨는지.

A 수원시가 추구하는 문화예술과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가치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10년동안 수원문화재단은 수원시의 문화예술과 함께 발전해왔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문화환경에 걸맞은 재단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안 과제인 수원시의 정부 지정,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받기 위해 전력투구 하고 있다.

내년 수원특례시 출범에 발맞춰 재단도 ‘서로를 살피고 문제에 맞서는 문화도시 수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조례를 제정하는 것부터 시민들과 지역예술인과 함께 소통하는 장을 만들고 있다. 수원특례시가 지방자치의 또 다른 시작이라면, 법정문화도시 지정은 진정한 문화자치라고 생각한다.

Q 왜 법정 문화도시가 꼭 필요한가. 또 현재 진행사항과 애로사항은 없는지 궁금하다.

A 수원시는 인구 120만의 광역급 기초자치단체로 내년 1월13일 특례시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수원화성 등 풍부한 관광자원과 문화적 인프라를 갖춘 도시다. 이에 걸맞게 문화예술에 대한 저변확대와 인프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행정과 경제 중심도시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급격한 도시 팽창으로 동과 서, 원도심과 신도시의 불균형이 심화됐다. 이에 재단은 법정 문화도시를 통해 수원지역 뿐만 아니라 경기 남부 지역의 문화도시의 기반을 다지고 문화플랫폼을 구축해 주변도시와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경기남부 문화벨트를 조성하고자 한다.

수원시가 제3차 예비문화도시로 지정된 후 지난 3월 문화도시센터를 신설해 시민 주체의 성장지원, 다양한 거점공간 발굴, 도시브랜드 강화 등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도시의 체계적인 추진 기반 확립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문화도시 조례 개정, 협의체 구축 등을 통해 법정 문화도시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모든 도시가 그렇듯 코로나19로 인한 대면 행사의 인원제한, 행사 취소 등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특히 재정적 지원과 사업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 분야는 시민들과 스킨십이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시민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하는데 불편함을 겪고 있다. 온라인, 소규모 거점 공간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방역과 함께 도시 고민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이야기 하고 있다.

Q 전국 16개 시ㆍ군이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수원문화재단이 내세운 차별화 된 사업은 무엇인가.

A 수원시는 ‘인문’을 중점으로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0월에 진행할 ‘인문도시주간’이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다. 지난 6월 진행된 ‘인문도시주간’의 사정프로그램으로 ‘문화도시 실천실험’을 진행했다. 3일간 1만5천여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현장을 찾아주셨으며 다양한 시민 주체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했다. 같은 기간에 함께 진행한 수원형 공공예술실험 ‘교동예술 실험단’은 수원의 도시문제를 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실험적 도시예술 활동으로 풀어내는 프로젝트다. 지역 내 낙후된 유휴공간을 개선하고 활성화 시키며 지속가능한 활동 등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오는 10월에 개최하는 ‘인문도시주간’은 서로를 살리고 문제에 맞서는 문화도시 수원 비전의 앞축판으로 실천적 인문과 인문적 실천의 의미를 나누며, 그동안 추진한 다양한 활동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장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많지만 동행 공간에서 시민을 직접 만날 예정이다. 시민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린다.

Q 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 수원화성문화제 등 가을을 장식할 많은 축제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많을텐데 이에 대한 대응책과 준비는.

A 지금 시민들에게 공연은 미뤄지고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등 문화 욕구가 충족 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축제는 좌석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 대면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기준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를 온라인 채널을 통해 축제를 소개하고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신설해 아트쇼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가을이 시작되면 대부분의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마치게 될 것이고, 코로나19의 두려움도 차츰 줄어들 것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야외에서 진행되는 축제는 설치예술 등을 통해 길을 걸어가면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Q 10월2일에 있을 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이 가을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기존 축제와 다른 점은.

A 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은 수원화성에 깃든 효의 가치, 축성과정에 담긴 실용적 가치, 정조대왕 애미사사의 가치, 미적 가치 등 수원화성의 생생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더욱이 올해 축전은 세계유산인 화성을 어떻게 표현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매년 진행되는 수원화성문화제가 능행차, 진찬연 등 이벤트에 집중했다면 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은 기록 유산에 집중한다. ‘원행을묘정리위궤’와 ‘화성성역의궤’를 함께 다루며 어떤 기록이 돼 있는지 집중한다. 의궤와 역사적 사실들을 수원화성 일대에 전시와 체험으로 재해석하고 재현해 시민과 세계인들이 즐기고 공유할 수 있는 축제로 준비하고 있다.

Q 코로나 시대를 맞아 과거와 다르게 재단이 변화한 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A 코로나19 장기화로 이젠 코로나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다. 우리 일상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만큼 시대가 무섭게 변화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역시 감염병 확산으로 사업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이 시점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고 진화해야 한다. 우선,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에 수원문화재단은 기초 문화재단으로서 예술인에게 창작준비금을 지원한다. 또 연극인의 공연비 및 대관료, 홍보비를 지원하는 수원연극주간을 운영하며, 예술단체가 시민의 생활현장으로 파고드는 시민맞춤형 공연활동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원문화재단이 열 살을 맞이했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의지가 아닌 혼자 걸어나갈 연습을 하고 걸어나가야할 시기다. 때로는 수원시와 공유하고 기대기도 하면서 먼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등 수동적인 것만이 아닌 주체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독립아닌 독립을 준비하고 도전적인 과제를 많이 시도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Q 끝으로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에게 하고픈 말씀이 있으시다면.

A ‘문화예술이 과연 어떤 것일까’, ‘먹고 마시고 자는 것이 해결되면 그만일까’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모두 무언가에 대한 욕망이 있고 욕망을 표현하고 풀어내는 것은 문화예술로 귀결된다. 코로나19로 지금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끊을 놓으면 안된다. 수원문화재단은 모든 감성을 동원해 시민, 지역 예술인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자 한다. 공기관이 가진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파트너로서 고민거리,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대화한다. 또 어려움에 대해선 든든한 어깨를 내줄 수 있는 재단이 되고자 한다. 수원시민들이 거리낌 없이 재단을 찾아 이야기하고 소통하며 방법을 찾는 곳이 되도록 준비하겠다.

대담=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ㆍ정리=김은진기자

사진=조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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