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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단상]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 된다
오피니언 시정단상

[시정단상]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 된다

김종천 과천시장

일본의 중국 침략과정에서 이뤄진 인류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로 기록된 난징대학살은 30만 명 가량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나, 이 사건은 일본에 의해 은폐, 조작 그리고 중국 내부에서의 망각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졌다.

그러나 ‘아이리스 장’이라는 중국계 미국인 기자에 의해 범죄의 역사가 잊혀져선 안된다는 일념으로 생존자들의 증언과 연구를 통해 책으로 출판돼 세상에 알려지고 사람들에게 기억됐다.

그런데 이를 고발한 아이리스 장은 일본의 부정과 우익들의 암살 위협 속에 놓였으며, 결국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얻은 끔찍한 사실에 대한 충격으로 극심한 우울증이 겹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아이리스 장이 사람들에게 남긴 말은 바로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이다.

난징 대학살은 1937년 중국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이는 우리 역사와 연계된다. 당시 강간, 살해 등 끔찍한 전쟁범죄가 전 세계에 알려져 곤란해진 일본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본격적으로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운영을 시작하게 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위안부로 희생된 분들이 2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현 기준으로도 우리 세대의 한해 태어나는 여아 인구와 맞먹는 인원이며, 상상력이 마비되는 숫자이다.

수치로 인식돼 가늠이 안 되지만 부모에게서 떨어져 타국으로 끌려간 10대 어린 소녀가 겪어야 했던 무서운 공포감을 생각해 보면 20만 명이란 숫자가 아닌 존엄성을 지닌 한 명의 사람이 보이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징용, 징병에 의해 수많은 우리 국민들이 희생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다시피 일본은 정직하지 못하고 잘못을 회피하며 “한국이 역사를 바꿔 쓰려 한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오히려 우리에게 경제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 내부에서도 일부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과거를 들출 필요가 없으며, 용서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일부 단체에선 내 자식이 끌려갔어도 용서했을 거라는 말로 피해자와 우리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용서의 문제가 아닌 가해자의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이것에서 나오는 진심 어린 사과의 문제다. 과거를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모든 나라가 부끄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도 외세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스스로 부끄러운 역사가 있지만,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할 때 우리는 거듭날 수 있다.

난징학살, 전쟁성노예 운영 등의 부끄러운 역사라 하더라도 일본이 이를 철저히 반성하고 직시하는 것이 우리를 비롯한 피해국을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지만 일본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끝끝내 일본은 반성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앞서며 국제적 여론의 유·불리에 따라 반성 없는 사과를 되풀이하는 행태가 반복될 것이다.

이러한 되풀이 속에서 우리 스스로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기억을 지우고 싶고 끔찍한 사실을 상기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의 반성과 관계없이 우리가 잊고 싶고 지우고 싶은 역사일지라도 반드시 기억하고 전달해야 한다.

우리가 광복절을 기념하는 이유는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의미도 있지만, 과거에 대한 기억을 지우지 않기 위해서 이며, 다시는 똑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반성 없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이는 일본이 되새겨야 할 말이며,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 된다” 이는 우리가 광복절을 맞이해 되새겨야 할 말이다.

김종천 과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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