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출생)가 정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들은 1980년대 대학을 다닌 586운동권이 장악한 문재인 정권을 흔들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MZ세대는 야당 후보를 대거 지지해 문 정권을 참패하게 했다. 또 이들은 국회의원에 한 번도 당선되지 않은 MZ세대 이준석 후보를 제1야당의 대표로 만들었다. 이들은 문 정권을 지지하다가 반대로 돌아섰고, 권위주의적인 제1 야당에 관심조차 없었다가 기대를 걸고 있다. 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과 공정 경제는 이들의 기대와 달리 기득권을 줄이지 못하고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소득도 성장도 없고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에는 불공정이 넘쳤다.
제1 야당은 문 정권을 비판했지만 기득권 타파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이들은 고학력에도 ‘고실업ㆍ저소득의 함정’에 빠지고 부모 세대보다 못살게 된다. 이들의 분노는 내년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는 물론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MZ세대의 돌풍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들은 586운동권과 달리 조직화하지 않았다. 끈끈한 유대관계가 없고, 586운동권을 묶었던 좌파 이념이나 북한 추종 철학도 없다. 이들은 오히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공동체에 대한 의식은 약해 분열될 가능성이 크다. MZ세대 내부는 나이에 따라, 성에 따라 의식이 다르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남녀의 갈등이 그렇다. 이들은 감성적이고,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MZ세대는 포퓰리즘의 선전과 선동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게 들이닥친 기술과 경제사회변화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이 크고 속도가 빨라 불확실하기에 더욱 그렇다. 디지털 기술변화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대전환이 진행되고, 고령화로 100세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러한 문명사적 전환은 새로운 정치경제사회체제를 요구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미래를 대비한답시고 그럴싸한 포퓰리즘 정책들만 난무하고 있다.
세계사를 보면 기득권의 장막이 큰 나라는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 결국 쇠락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되고 있다. 기득권을 과보호하는 법제도 때문에 노동시장은 소수의 인사이더와 대다수의 아웃사이더로 나뉘어 있다. 고임금 일자리는 줄어왔고 소득격차는 커져 왔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주역은 피해자인 MZ세대가 될 수밖에 없다. MZ세대는 내년도 3개의 선거에서 기득권 타파 돌풍을 일으켜야 한다. 그 힘으로 법 제도를 만드는 국회도 개혁하게 하여야 한다. “시대를 앞서가지 못하면 시대에 잡아먹힌다”는 독일 슈뢰더 수상의 주장처럼 낡은 정치경제사회체제를 개혁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또 “부를 창출하지 않으면서 부를 재분배한다는 말, 기업을 키우지 않으면서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말은 착각이다”는 프랑스 마크 롱 대통령의 주장처럼 포퓰리즘을 거부해야 한다. “현재와 과거를 경쟁시키면 미래를 놓친다”는 영국 처철 수상의 주장처럼 폐쇄적 민족주의 역사관도 물리쳐야 한다.
젊다고 개혁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개혁은 노련함이 필요하다. 39세에 수상이 된 영국의 캐머런 보수당대표나 40세에 프랑스 대통령이 된 마크 롱보다 오히려 70세에 대통령이 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더 성공적이었다. 말을 잘한다고 개혁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개혁에 성공하려면 실력이 필요하다. 이탈리아 등에서 언변만 좋고 무지한 연예인 출신의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설치는 시간에, 슈뢰더 수상은 투박하지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정교한 개혁을 함으로써 독일을 ‘유럽의 병자’에서 ‘유럽의 슈퍼스타’로 바꾸었다. MZ세대여 여야를 넘어 구체제 타파 개혁에 나서라.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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