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전 그대로 삶이 멈췄어요” 남양주·광주·하남 공동 성명

9일 남양주시 조안면 정약용유적지 문화관에서 남양주시와 광주시, 하남시 등 3개 지역 단체장과 지역 정치인들이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개선을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은기자

“삶이 46년 전 그대로 멈춰 있어요. 언제까지 이대로 살아야 합니까?”

화석처럼 굳어진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시민들과 기초자치단체장들이 한 데 모였다.

남양주시와 광주시, 하남시 등 3개 지역 단체장과 지역 정치인, 시민 등 40여명은 9일 오후 정약용유적지 문화관에서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개선’을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행사는 조안면 이장협의회ㆍ주민통합협의회가 주최하고 남양주시가 주관했으며, 특히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부산광역시 기장군 주민대표가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ㆍ송정ㆍ임기ㆍ입석마을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의원급 의료기관이 들어서지 못하는 등 남양주 조안면 주민들과 유사한 환경에 놓여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개선 공동성명서 발표
9일 남양주시 조안면 정약용유적지 문화관에서 남양주시와 광주시, 하남시 등 3개 지역 단체장과 지역 정치인들이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개선을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한 가운데 조광한 남양주시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테이프 커팅식을 거행하고 있다. 하지은기자

행사는 ‘삶이 멈춘 마을’ 조안면(상수원보호구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애환을 담은 영상 시청을 시작으로 성명서 낭독, 불합리한 상수원 규제 철폐 컷팅식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남양주시주민 대표로 나선 이대용씨는 “물은 만물의 근원이고 개인의 생명과 국가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자원이다. 상수원을 보전하는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임에 틀림없다”라면서도 “이런 가치가 소수에게만 굴레를 씌우고 힘겨운 희생을 통해서만 유지돼야 한다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광주시 대표로 나선 이상원씨는 “과거 과학적 근거 없이 지정한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주민들은 46년 전과 달라진 것 없는 오늘을 살며 고통과 상실감만 더욱 커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민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중첩규제 철폐, 주민생계를 위한 소득시설 확대, 일방적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 상수원 다변화에 대한 국가정책 반영 등 규제 개선을 요구하며 기본권 보장과 평등한 삶을 재차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채택한 규제 개선 요구안을 조만간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조안면 주민들이 제기한 상수원보호구역 헌법소원 심판을 전원재판부에 본안을 회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수도법과 상수원관리규칙의 규제 내용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맹장이 아픈데 콩밭을 쓰다듬으면 되겠느냐. 46년 전부터 시작된 중첩규제는 국민에 대한 합법적인 폭력에 불과하다”며 “하루빨리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져 폭력적 규제로 고통받아온 조안면 주민들의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관련 남양주시민 김은수씨는 "남양주시 등은 그동안 지나친 환경규제로 고통을 받아 왔다"며 "그동안 희생한만큼 지금이라도 정당한 보상과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 이지수씨도 “상수원규제 탓에 재산권 행사도 제대로 못하고 살았다”며 “남양주시가 한층 더 발전하기 위해 규제 완화가 필수”라고 말했다.

남양주=하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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