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대 유학을 떠난 후 처음 접하는 것들에 대한 문화적 충격은 컸다. 익숙하지 않은 영문타자기에서 더 익숙하지 않는 영어로 씨름하던 과제물들을 1984년에 등장한 매킨토시 컴퓨터 앞에서 쉽게 해결하는 신기함은 놀라웠다. 키보드, 마우스, 플로피디스크 등 새로운 도구들은 신기했다. 컴퓨터를 사용하려는 학생들은 대학내의 컴퓨터 랩을 긴 줄로 메웠고 학기말 기간에는 제한된 시간만 허용되는 컴퓨터를 확보하기 위해 밤 잠을 설쳤다. 워드프로세서의 기능으로 시작하여 개인용 노트북으로 발전하고 1994년에는 인터넷의 사용이 일반시장으로 들어왔다. 불편으로 인식하지 못하던 기존생활의 패턴에 더 이상 순응하지 않고 편리한 것을 찾아내는 급격한 변화의 세계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이 인간세계를 어디로 데려갈지 상상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현대사회에 사는 누구도 이제는 기초적인 컴퓨터 기술을 습득하지 않으면 불편한 시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런 기본적 요소들을 남에게 의존하여 살아가던 사람들은 그만큼 새로운 시대의 행렬에서 뒤 처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모 당의 대표가 정치지원자들에게 기본적인 시험을 보게 하겠다는 발상은 새롭다. 보좌관이 간추려온 자료들을 읽는 정도 또는 분석하여 올린 통계들을 앵무새처럼 낭독하는 형태의 올드방식으로는 시대에 둔화된 활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신기술을 습득하는 현대생활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인터넷이라는 촘촘한 그물은 온 세계를 하나의 줄로 엮어 놓았으며 피할 수 없는 한 울타리 안에서 살게 하고 있다.
지난 40여년 간의 지구의 변화는 천지창조 이후 가장 급격한 변화라고 말 할 수 있다.
거의 비슷한 시기의 40여년을 서방세계에서 지내온 유학생활과 전문연주자 로서의 활동을 돌아보면 학생시절 처음 접한 것은 매킨토시 만이 아니었다. 현대음악이었다. 새로운 양식과 구조, 상상을 초월한 언어와 기법, 익숙하지 않은 화성과 별난 리듬 등의 창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개성과 창조성을 중시하는 음악을 말한다. 이런 음악들과 친근하게 되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음악산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음악은 과학기술과 상호관계에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모차르트나 베토벤 같이 귀에 익숙한 작곡가들의 음악만을 고집하는 청중들이 있고 그들은 현대음악의 연주에 “왜 우리가 이런 음악에 입장권을 내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나?” 라고 화를 내기도 한다. 음악감상자의 실제경험은 연주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임은 틀림이 없다. 사실, 현대음악은 난해하다. 그 이유는 작곡단계에서부터 감상자의 현상학적 경험에 대한 친절한 고려를 제외시킨다는 면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21세기 작곡가들이 18세기 작곡가들의 작품을 모방하듯 친절하게 써내려 간다면 아직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깊은 산속 동굴안에서 과학기술과 차단된 상태로 지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제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연성의 도입으로 절충이 필요하다. 작곡가들은 청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작품의 독창적 가치를 낮출 필요는 없지만 매킨토시의 발전의 흐름과 같이 처음에는 사용하기 난해하지만 익힐수록 편하고 줄 서서 찾게 되는 객관적 동질감의 요소들이 노출되어 1회용 연주가 아닌 지속적연주를 요청하는 아름다운 작품을 많이 접하고 싶다.
함신익 지휘자ㆍ심포니 송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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