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변함없이 길을 걷거나 차를 타거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 손에는 여지없이 휴대전화가 들려 있다. 손에 쥔 휴대전화 안에는 무엇을 보든 소비를 자극하는 이미지와 문구들이 넘쳐난다. IT를 기반으로 한 최첨단 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소비자의 관심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알고리즘으로 한 두 가지 검색만으로 비슷한 정보들이 떠오르고 나도 모르는 사이 데이터에 의해 나의 취향이 결정된다.
화려하거나 단순하거나 소비를 강요하는 넘치는 이미지들은 어떤 것이 옳은지 판단하기도 전에 인간으로 하여금 공감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끝없는 불안과 두려움을 조장한다.
많이 소유한 사람들은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소비자를 끊임없이 자극해 돈을 벌어들이고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업무를 요구하며 그들의 권리를 억압하고 있다. 하긴 앞으로 노동자들의 업무조차 로봇으로 대체돼 인간의 노동조차 불필요한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다비드 칼리가 쓰고 클라우디아 팔마루치가 그린 책 <누가 진짜 나일까?>에서 주인공 ‘자비에’는 공장에서 부품의 수량을 계산하는 사람이다. 늘어나는 주문으로 그는 주말도 없이 일해야 하는 일상으로 자신의 사소한 삶조차 돌아보지 못한다. 물고기는 굶어 죽고 가족에게 안부 전화조차 할 수 없으며 친구를 만날 시간조차 없다. 고단한 삶이 싫어 일을 그만두려고 하는 순간조차 주인공은 그가 그만두면 난감해할 고용주와 생활 형편이 어려워질 가족을 생각한다. 이미 그는 그 자신이 아니고 사회의 한 부속품으로의 삶에 익숙해져 있어 그 자신은 어디에도 없다.
자비에가 일을 그만두려고 하자 그의 고용인은 선심이라도 쓰듯이 복제인간을 만들어 그에게 새로운 삶을 권유한다. 복제인간은 그의 업무를 대신하고 그는 자신의 삶을 살지만 자비에는 어쩌면 거꾸로 내가 복제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들며 모든 걸 두고 어린 시절 그가 좋아했던 바다로 도망치듯 떠난다.
사람이 일하는 것과 삶의 가치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노동의 가치는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기업의 이윤 추구만을 위한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인간적 가치를 상실하고 무력감에 빠지게 되는 주인공에게서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찾고자 만들어진 복제 인간을 통해서 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를 읽을 수 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자비에는 모든 걸 버리고 어릴 적 좋아하던 바닷가에서 짭짤하거나 달콤한 크레이프를 구우면 살아가길 결심하는 선택을 한다. 결국 행복한 삶의 가치를 찾고 선택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삶의 중심이 되어 깨어 있다면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나는 나일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나의 삶의 ‘워라밸’은 결국 내가 찾아야 하는 것이지만 오늘도 많은 일하는 자들의 뒤에는 그를 바라보는 많은 기대가 그들을 노동의 현장으로 떠민다.
손서란 복합문화공간 비플랫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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