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곡우에 딴 차

차를 따는 시기는 곡우(穀雨) 전후가 좋다고 한다. 곡우는 24절기의 여섯째 되는 날로 청명과 입하 사이 약력 4월20일이나 21일께, 봄비가 내려서 온갖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시기다. 이때는 한낮의 햇살이 짧아 힘세고 건강한 땅의 기운이 이파리로 밀고 나오기에 곡우 전후로 차 따는 시기를 정하고 이러한 차는 향이 아름답고 약효가 뛰어나다고 한다. 청명은 4월5일께이고 입하는 5월5일께이니 청명과 입하사이의 한 달은 곡우가 되는 기간이다.

우리나라는 이 한 달을 사이에 두고 그해 차 농사를 70% 이상 수확하는 제다원이 제주도를 비롯 해남 강진 보성 지리산 쌍계 화개 등 따뜻한 남도 일원에 분포돼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그 채취 시기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제다 실습은 입하가 지나야만 환영받는다. 입하 지나 훌쩍 지리산 화개동을 갔다. 섬진강에서 화개동으로 들어서자 길섶에 예쁘고 향기나는 제다원 이름들이 줄을 서서 반긴다. 일면식이 없음에도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일단 차를 내어 대접하는 풍토가 자리 잡힌 듯 미안하고 송구할 정도로 차 인심이 넉넉하다.

하동의 오월은 온통 차의 잔치라고 할 수 있다. 차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찻자리대회가 열리고 차 겨루기대회 등 하동 야생차문화축제는 전국에서 차인들이 관심을 두고 모이는 달이다. 그러나 수준 높게 준비한 올해 아름다운 찻자리는 썰렁했다. 코로나19로 관객이 없어 둘러보는 내내 안타까웠고 주최 측의 손을 놓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오랫동안 무거웠다. 이러한 시름을 달래준 것은 녹차로 만든 발효차로 쌍계의 녹찻잎으로 홍차를 만들고 황차 흑차 백차 청차를 만들어 특허를 낸 홍차 명장님의 차 강의였다. 밤늦도록 시음하며 감동을 연발하니 명장님 피곤도 잊고 내내 열강하셨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이파리가 작은 소엽종으로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녹차를 만들지만 차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다양한 기호에 발맞춰 발효차는 물론 가루차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화개동 어디에서나 선 채로 그 자리에서 한번 빙 둘러보면 차나무에 햇볕이 들지 않도록 채광막의 차밭이 상당히 눈에 띈다. 알아보니 예쁜 색깔의 녹차가루를 만들기 위함이고 이 가루차는 스타벅스에 들어간다고 한다.

가끔 차를 소개할 때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이 차는 야생차로 손으로 덖은 수제품이라고 하며 재배차나 기계로 만든차에 비해 그 가격이 높음을 매우 강조한다는 점이다. 내가 보기에는 야생차나 재배차는 모두 밭이나 산에서 자라기 때문에 구분을 짓는 일은 옳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야생이나 재배 모두는 비닐하우스에서 자라지 않고 밖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또 수제차를 기계로 만든 차에 비해 월등하다고 하는데 그것 또한 옳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차를 만드는 일은 차를 우리는 일보다 더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차는 누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법으로 비벼냈는지 그 과정을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좋은 차는 좋은 사람과 같다고 했다. 도시는 물론 시골 구석구석까지 커피 소비 세계일등 한국이 돼버린 지금 몸도 마음도 편안에 들게 하는 건강한 우리의 곡우차가 결코 커피에 밀리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강성금 안산시행복예절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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