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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 “아들아, 출세가 성공은 아니란다”
오피니언 변평섭 칼럼

[변평섭 칼럼] “아들아, 출세가 성공은 아니란다”

허위 스펙에 휘말렸던 조국 前 법무장관의 딸이 의사가 되는 것을 보고, 60만 원으로 한 달 생활한다는 장관이 딸을 연간 4천만 원이 드는 외국인 학교에 보내는 것을 보고 우리 20~30대 젊은이들은 정의, 꿈, 희망 같은 것이 얼마나 허망한 단어인가를 느낀다. 이 젊은 세대들이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월급을 한 푼 안 쓰고 몇십 년을 고생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 앞선다.

정말 이 나라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가. 정의의 가치를 향해 달려가게 하는가 회의에 빠지게 한다.

일자리를 구하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스펙을 쌓아 보려고 죽어라 뛰어도 ‘아빠 찬스’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젊은이들은 그래서 64%가 ‘나는 하류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며 70%가 계층 상승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2030세대 904명에 대한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 얼마나 가슴 아픈 현실인가. 한 마디로 꿈을 잃은 것이다.

최근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후배와 자리를 함께했는데 요즘 학생들에게 그리고 자기 자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교수를 혼란스럽게 한 직접적 동기는 그동안 여러 번 되풀이한 국회의 장관 인사청문회였다고 한다. 한 나라의 장관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 뻔뻔하고 양심이 없느냐는 것이다. 재산 숨기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심지어 입만 열면 교육평준화와 공교육을 주장하던 사람이 자기 자식은 특수학교에 보내는 등 이중인격의 얼굴을 보였는데 그래도 모두 장관에 임명되는 것을 보고 정치학을 공부하는 제자들에게 그리고 대학을 나와서도 취직을 못 해 빈둥거리는 아들을 향해 무엇이라고 이야기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는 것이다. 또한 최고의 가치를 ‘정직’에 두어야 할 대법원장까지도 거짓말 파문에 휩싸이는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당황하였다는 것. 그래서 그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들아, 출세가 성공은 아니란다” 그러나 이 말이 얼마나 궁색한 것이고 무능한 아버지의 유체이탈이냐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대학교수를 하면서도 자식들에게 ‘아빠 찬스’가 되어주지 못하는 것에 허탈해하는데 그보다 못한 ‘보통 아버지’들은 어떻겠는가? 그리고 그 부모 밑에서 기죽어 사는 자식들은 어떻게 할까? 바로 이것이 이 시대 우리나라가 앓는 중병이다. 안타깝게도 국가의 허리 역할을 하는 2030세대가 꿈을 잃고 헤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은 정치윤리, 그 최소한의 양심과 ‘공공선(公共善)’에 대한 불감증이 암세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령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저렇게 뻔뻔스러운 사생활이 드러난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결기를 보여 주었다면, 그리고 대법원장이 거짓말 파문에 변명하고 사과할 것이 아니라 즉시 법복을 벗고 용퇴하는 결단을 보였다면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과 국가에 대한 자존심을 갖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아들이 아무리 합법적으로 코로나 지원금을 받게 되었다 해도 더 어려운 ‘보통사람의 아들’들을 위해 양보를 했더라면 ‘공공선(公共善)’에 대한 멋진 표상이 되었을 것이 아닌가.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서울 특파원을 지낸 다니엘 튜더씨가 그의 저서를 통해 한국을 ‘기적을 잃은 나라:기쁨을 잃은 나라’라고 지적했는데 정말 가슴을 뜨끔하게 하는 말이다. 잃어버린 기적을, 그리고 기쁨을 되찾게 할 동력을 가진 우리 2030세대에 우리는 무엇을 보여 줘야 할까. 고작 ‘출세가 성공은 아니라’는 현실 도피성 담론이 젊은이들에게 감동을 줄까? 부끄럽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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