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콘텐츠의 진화...유튜버, 재미·정보·나눔 잡았다

미생 선수들 집중 조명, 유명 인사와 만남의 장
경기장 밖 이야기 담아...온라인으로 소통의 장

GK오코치_GK오코치 제공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지 어느덧 1년이 넘은 가운데 문화ㆍ체육계의 비대면 트렌드는 가속화 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비대면 콘텐츠의 양과 질은 대면 콘텐츠와 비교해 낮았으며 대중의 주 관심사도 대면 콘텐츠에 있었다. 그런 가운데 문화와 체육의 경계선에 있는 유튜브 스포츠 콘텐츠는 코로나19 사태를 전후해 달라진 양상을 띄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유튜브 앱 사용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1인당 유튜브 월 평균 시청 시간은 29시간에 이른다. 이 중 스포츠 콘텐츠 시청 시간은 주류 콘텐츠인 영화, 코메디, 산업 분야를 넘어섰다. 스포츠 콘텐츠의 약진 원동력으로 과거의 단순 정보전달을 넘어섰다는 점이 지목된다. 최근에는 비주류 체육인을 조명하거나 유명 인사 초대를 골자로 다양한 후원 콘텐츠를 제작해 우리 사회 속 나눔의 선순환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에 본보는 도내에서 활동하는 스포츠 유튜버들을 만나 이들이 만든 콘텐츠를 중심으로 향후 문화ㆍ체육계의 비대면 트렌드 양상을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중친화적인 콘텐츠로 대중의 목소리를 담아…주 콘셉트는 여전히 ‘정보전달’

유튜브 스포츠 콘텐츠는 ‘정보전달’을 골자로 제작된다. 최근에는 정보전달의 극대화 양상을 띈다. 과거 기사와 칼럼으로 담기 힘들었던 전문적인 내용을 풀어서 제공하는 건 물론, 이와 관련한 주제로 2~3명의 전문가를 섭외해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풋볼티키빠따’는 축구팬 백현철씨(29)가 친구인 윤용진 캐스터(30)와 함께 의기투합해 만든 유튜브 채널이다. 지난 2018년 10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우루과이의 A매치를 시작으로 ▲현장 직관 팬들의 목소리 ▲전ㆍ현직 선수 인터뷰 ▲K리그 주요 이슈 소개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독자에게 제공해왔다.

▲ 썩코치의 야구쑈_썩코치의 야구쑈 제공
썩코치의 야구쑈_썩코치의 야구쑈 제공

백씨는 첫 방송 당시 경기장에 만들어진 K리그 팬 좌석을 찾아가 팬들에게 ‘K리그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으며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감독, 선수, 프런트의 이야기는 각종 매체를 통해 꾸준히 소개됐지만 팬들의 목소리는 매체에 소개되는 비중이 다소 적었다는 게 백씨의 생각이다. 이에 그는 ‘K리그를 좋아하는 나, 특이한건가요?’, ‘베트남ㆍ인천UTD 팬들이 말하는 꽁푸엉’, ‘성남 올드팬이 추억하는 성남 일화와 성남 종합운동장’ 등을 통해 팬들의 목소리를 담는데 주력했다.

지난 1년 동안은 코로나19 사태로 현장 콘텐츠 제작이 힘들어지자 전ㆍ현직 선수 인터뷰와 주요 이슈 소개 비중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과거 인천 UTD에서 뛰었던 골키퍼 권정혁 과 수원 삼성 출신 공격수 조찬호 등을 섭외했다. 선수들의 현역 시절 일화를 비롯해 각종 훈련과 기술 시범을 영상에 담아 보고 들을 거리를 더했다.

백씨는 “코로나19로 현장 콘텐츠 제작에 애로가 생겼지만 방역지침 준수를 전제로 한 패널 섭외와 기술 시범 등으로 콘텐츠 종류 자체는 더 다양해졌다”라며 “콘텐츠 제작에 있어 수익이 일정치 않지만 이는 대중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증거인 만큼 이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콘텐츠 구상에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 야신야덕_야신야덕 제공
야신야덕_야신야덕 제공

▲교육 콘텐츠 제공부터 후원까지…나눔ㆍ전수의 사회적 ‘선순환’ 구축에도 한 몫

“단순 재미와 정보 전달을 넘어서 나눔, 전수 등 사회적 선순환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3일 경기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스포츠 유튜버들은 본보와의 만남에서 스포츠 콘텐츠의 의미를 ‘사회적 선순환’이라고 규정했다.

박진형씨(32)는 지난 2018년 7월 야구 채널 ‘야신야덕’을 개설해 약 17만명에 이르는 구독자와 소통하고 있다. 박씨는 과거 성남서고 재학 시절 내야수로 활약했지만 야구를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해 대학 졸업 후 비영리단체에 입사했다. 당시 그는 우리 문화를 해외에 홍보하는 일을 하던 중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끝에 야구 콘텐츠를 시작하게 됐다.

박씨의 야구 콘텐츠는 단순히 추억팔이와 기술 시범에 그치지 않고 아마ㆍ사회인야구인 조명, 타 종목 선수와의 연계 등 야구를 소재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최근에는 과거 두산과 KT에서 활약한 외국인 투수 니퍼트, 신한은행과 연계해 ‘레전드 사회공헌미션’을 진행했다. 콘텐츠 내용은 니퍼트가 일반인 타자 5명을 상대로 삼진 3개를 잡아낼 경우 신한은행에서 난치병 아동을 위한 기부금 200만원을 전달하는 내용을 담았다.

윤석씨(32)의 야구채널 ‘썩코치의 야구쑈’도 사회적 선순환을 골자로 활동하고 있다. 윤씨는 과거 문승원(SK), 윤명준(두산) 등과 함께 고려대 야구부의 황금기를 이끈 외야수였지만 프로 입단 실패 후 군 복무, 대학원 진학, 취업 등으로 야구와 거리가 멀어졌다. 그러던 중 지난 2017년 1월 일반인에게 야구를 가르쳐주는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게 현재에 이르렀다. 현재 윤씨의 콘텐츠는 학생 선수 후원, 아마ㆍ사회인야구인 조명, 트레이닝 및 훈련 방법 제공 등이 주 골자다. 특히 지난 연말에는 2년 연속 ‘제트 드림 프로젝트’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도움이 필요한 야구 유망주를 콘텐츠로 조명하고 이들을 위한 물품 후원에 나섰다.

‘또규식TV’의 정규식씨(30)도 과거 LG와 고양 원더스에서 선수생활을 한 포수다. 지난해 지도자로 몸 담았던 성남 블루팬더스의 해체로 방황하던 중 주위에서 유튜버로의 전업을 권유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포수 출신이라는 점을 살려 도내 독립야구팀과 아마추어 야구팀을 순회해 투수들의 공을 받으며 이들을 조명하고 피드백을 남기는 형태로 채널을 운영한다. 1인칭 포수 시점에서 130~150㎞대에 이르는 공을 받아내며 공의 각도, 회전, 낙차 등을 고루 설명하며 보는 이의 흥미를 유발한다.

▲ 풋볼티키빠따_풋볼티키빠따 제공
풋볼티키빠따_풋볼티키빠따 제공

‘GK오코치’의 오지훈씨(24)도 K3ㆍK4리그의 서울노원유나이티드FC, 고양시민축구단 등을 거치며 쌓은 노하우를 유소년과 아마추어 골키퍼에게 전수한다. 아직까지 골키퍼 전문코치가 없는 학교가 많아 전문적인 지도를 받지 못하는 유소년 선수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채널을 개설했다. 노하우 전수는 물론 슈팅기계를 이용한 130~150㎞ 슈팅 선방 등 정보와 재미 모두를 갖춘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들 유튜버들은 “프로 스포츠만 스포츠가 아니다”라며 “스포츠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재미와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해야 콘텐츠에 의미가 있다”라고 말한다.

윤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소규모 콘텐츠는 다양해졌지만 여러 사람들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팀 단위 콘텐츠는 위축된 게 사실”이라며 “방역지침 준수를 전제로 사회적 의미와 재미를 더 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게 쉽진 않지만 꾸준한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비대면 트렌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다양한 콘텐츠 기대하나 인기ㆍ비인기 스포츠 양극화도 우려

전문가들은 문화ㆍ체육의 비대면 트렌드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더욱이 이전부터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비대면을 활용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점차 수익을 올려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플랫폼 활성화가 본격화 됐다는 의견이다.

김도균 한국체육학회장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스포츠 종목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장기적으로는 체육인들도 비대면 스포츠 활성화에 힘을 쏟는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로 스포츠에서 가장 의미가 변한 요소로 ‘공간’을 지목했다. 과거 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간의 의미 변화를 가속화 한 게 코로나19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울러 김 회장은 코로나19 여파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금, 그에 비례하게 더 많고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 등장을 점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기 때문에 비대면 콘텐츠 활성화는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진행 될 가능성이 높다.

또규식TV_또규식TV 제공
또규식TV_또규식TV 제공

다만 비대면 트렌드에 따른 스포츠 종목 양극화는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목 특성상 단체 종목보다는 개인 종목이 플랫폼 시장에서 활성화 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통적인 스포츠는 갈 수록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김 회장은 “많은 분들이 코로나19 사태와 그에 따른 실내체육시설 정지를 통해 스포츠가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것”이라며 “콘텐츠 제작 수준은 물론 건강, 위생 의식도 높아져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콘텐츠는 이전보다 크게 성장해 있을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글_권재민ㆍ김경수기자

사진_유튜브채널 야신야덕ㆍ썩코치의 야구쑈ㆍ또규식TVㆍ풋볼 티키빠따ㆍGK오코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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