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7년 수원 도심을 가로지르는 장거리 대심도(大深度) 지하터널이 조성된다. 국토교통부에서 추진 중인 ‘오산~용인 고속도로’ 개설 사업이다. 새로운 고속도로는 오산에서 출발해 화성과 수원을 지나 용인에 이른다. 이번 사업으로 차량 통행이 원활해질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그만큼 걱정도 많다. 가교 역할을 하게 될 수원 구간은 땅속으로 무려 70m까지 파고 내려간 지하터널로 조성되기 때문이다. 경기일보는 주민들의 기대와 걱정을 한몸에 받고 있는 ‘오산~용인 고속도로 개설 사업’의 현안을 되짚어 본다. 편집자 주
■ 오산~용인 고속도로…차량 통행량 60% 감소 기대
27일 국토교통부와 수원시에 따르면 국토부는 서오산TG에서 1번 국도를 거쳐 서수지TG를 잇는 이른바 ‘오산~용인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는 총 9천13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이 사업 계획안을 놓고 국토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사업은 이르면 오는 2022년 9월 착공에 들어가 60개월간 공사를 거쳐 2027년 하반기에 완공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새로운 고속도로 개설로 수원 도심을 경유하던 오산ㆍ용인 방면 차량 통행량의 6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수원시내 8.3㎞ 구간, 지하 70m 대심도(大深度) 뚫린다
오산~용인 고속도로는 총 연장 17.2㎞로 계획됐다. 이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수원구간 8.3㎞는 땅속으로 무려 70m까지 파고 내려간 대심도(大深度) 지하터널로 조성된다.
이 지하터널은 수원버스터미널에서 수원시청 사거리를 지나 한국지역난방공사 광교지사까지 이어지며, 수원시내로 통행할 수 있는 세류ICㆍ팔달ICㆍ광교IC 등 진ㆍ출입로 3곳이 지어질 예정이다.
■ 도심 한가운데 지하터널 ‘환기소’ 설치?!
수원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심도가 맞닥뜨린 첫 번째 문제는 ‘환기소’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해 9월부터 공식 협상을 시작했는데, 수원시 팔달구 지동 동수원사거리 인근에 환기소를 설치하는 방안이 사업 최적 노선도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기소는 지하에서 발생하는 매연ㆍ먼지 등을 지상으로 배출할 예정인데, 설치가 논의된 지점엔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과 동수원병원, 월드메르디앙 아파트(2천63세대), 각종 상업시설 등이 몰려 있다.
주민들은 건강권 침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지하터널 조성 시 이뤄지는 발파작업 등으로 인한 안전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도심 한가운데 싱크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세류IC, 진입 따로 진출 따로?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비행장사거리 일대에 설치될 예정인 ‘세류IC’에서도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세류IC는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진ㆍ출입로가 될 지점인데, 도로 양편으로 각각 진입 또는 진출만 가능하게 설계됐다.
원안대로 시공되면 도로 한쪽의 주민들은 해당 고속도로에서 서울 방면으로 진입할 수 없게 될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수원아이파크시티(6천658세대)를 비롯한 인근 주민들은 도로 양편에서 각각 진ㆍ출입이 모두 가능하게 해달라고 설계 변경을 요구했다.
일단 세류IC에 대한 문제는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이 일부 설계안을 변경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이달 초 경기일보 취재 결과, 사업 계획서 중 세류IC에서 도로 양쪽 모두 진ㆍ출입이 동시에 가능해지는 통합형 출입시설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 설계안 민의(民意) 반영…수원시의회 특위 구성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은 국토부와 실무 협상을 마치고 오는 9월 각 지자체와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다. 이때쯤이면 공법이나 시공 계획 등이 담긴 대략적인 설계안이 공개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 같은 현안에 민의(民意)를 적극 반영하고자 수원시의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희승 의원을 위원장으로 총 12명의 의원이 모인 특위는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전달하고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수원시 건설정책과 관계자는 “주민들의 뜻이 사업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시민들의 뜻을 대표하는 시의회 특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시의회 오산~용인 고속도로 개설 특별위원회]
▶위원장 이희승 의원 “민의 반영된 상생의 고속도로 만들기에 최선”
수원시의회 이희승 의원(더불어민주당, 영통2ㆍ3, 망포1ㆍ2동)은 이번 오산~용인 고속도로 개설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됐다.
27일 이희승 의원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업 과정에서의 마찰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특위 구성 결의안을 발의했다”며 “민의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특위 차원에서 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위를 구성하는 의원들이 목소리가 곧 주민들의 의견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귀 기울일 것”이라며 “집행부와 유기적으로 협의해서 향후 추진사항을 구체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특위는 이르면 내달 1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첫 번째 안건은 특위의 목적을 분명히 할 수 있는 명칭을 정하고 부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이다. 이후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타 지자체 선례를 찾아 분석하는 등 활동을 진행한다.
▶최찬민 의원 “도심에 들어설 환기소 정화시설 철저히 검증”
수원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찬민 의원(지, 우만1ㆍ2, 행궁, 인계동)도 특위에 참여했다.
최찬민 의원은 “지역구 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도심 한복판에 들어설 환기소”라며 “대규모 정화시설을 설치한다지만, 그것이 정말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 사업 계획안을 살펴 보면 환기소에 대대적인 정화시설을 설치, 대기 중의 공기보다 깨끗한 공기만 배출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최찬민 의원은 “어떤 먼지나 매연이 주민들의 건강권을 위협할지 깊이 고민해보겠다”며 “어떤 기술이 어떻게 기능할지 주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효율적으로 전달하겠다”고 했다.
▶한원찬 의원 “지반 침하 등 주민 불안 요소 꼼꼼히 살필 것”
수원시의회 국민의힘 대표 한원찬 의원(지, 우만1ㆍ2, 행궁, 인계동)은 이번 고속도로 사업이 수원 도심을 가로지르는 깊이 70m의 지하터널이라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한원찬 의원은 “지하철, 지하도 개설 과정을 보면 지반 침하가 매우 많이 발생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주민들이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 의원은 지상도로와 달리 지하도로의 경우 땅속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피하고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원찬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안전”이라며 “주민들의 불안 요소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의견을 꼼꼼히 수렴하고, 설계 과정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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