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믿고 살아온 신념이 어느 날 의심될 때, 사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걸음일 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질 때 이렇게 그냥 떠밀려 살아지는 것이 아닐까 우울해질 때가 있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외부에서 행해지는 문화 활동도 제약이 따르고 외출조차 쉽지 않은 요즈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힘들고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힘든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럴 때 문득 집어든 한 권의 그림책에서 따뜻한 느낌의 삽화와 함께 어우러진 글이 기대하지 않은 각성과 위로를 준다. 책장을 천천히 넘기다 보면 그 속에 담긴 그림들이 이야기를 건네고 때론 한 줄의 문장이 시원한 답을 주기도 한다. 추억에 젖어 과거도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의 희망도 품게 되며 힘들었던 마음에 잠시나마 휴식이 찾아온다.
살아간다는 건 뭘까. 브리타 테켄트럽 글ㆍ그림, 김서정 옮김의 <허튼 생각>은 글쓴이가 화자가 되어 질문을 던진다.
‘세상에 내 자리는 있을까?’, ‘세상을 내 안에 품을 수 있을까?’, ‘아니면 세상 밖으로 밀려날까?’, ‘겨울이 영원히 끝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내가 하늘을 날지 못하도록 땅에 붙잡아 두는 건 대체 뭘까?’,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만 생각할 수 있다면 행복할까?’, ‘왜 다이빙대 위에서는 겁에 질렸다가 뛰고 나면 완전히 용감하다는 기분이 드는 걸까?’ 등.
인생에 관한 은유적인 문장들이 나온다. 이러한 문장들을 읽으며 독자는 잊었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 독자의 생각과 결을 같이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한다. 그 사색은 한 사람의 인생을 감싸 안아 주기도 하고 인간 내면의 불안하고 두려운 심리를 포용하며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부드러운 색조의 그림들은 보는 이의 감정과 맞물려 편안함을 주기도 하고 문장들은 독자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림책 중에는 어린이의 성장이나 인지발달에 필요한 그림책들도 많지만, 요즘에는 어른들에게 어필하는 내용의 그림책이 많아지고 있다.
인생에 대한 내용으로 공감과 힐링을 주는 그림책들이 출판사마다 적지 않게 나오고 그림책의 매력에 빠진 어른들의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그림책이야말로 현재를 바쁘게 살아내는 어른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편리한 문화 활동이다. 어디서든 가볍게 볼 수 있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팬데믹 시대에 벗 삼아 서너 권 쯤 옆에 두어도 좋지 않을까.
손서란 복합문화공간 비플랫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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