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씨름의 역사는 약 1천600여년이나 된다. 과거부터 단옷날이나 민속 명절이면 전국 각지에서는 씨름대회가 열렸다. 모내기 철이 다가오면 저수지의 물을 어느 마을에서 먼저 사용할 것인가를 두고 마을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써 ‘씨름’ 경기를 벌이기도 했다.
민속씨름이 출범하던 1983년에는 이만기라는 천하장사를 배출하면서 씨름이 민속놀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대중스포츠로 다가섰다. IMF 한파로 민속씨름단이 해체되던 아픔 속에서는 이를 안타까워하는 국민이 많았고, 2011년에는 국회가 직접 나서 ‘씨름 진흥법’을 통과시키며 음력 5월5일 단오를 ‘씨름의 날’로 지정하는 역사적인 일도 있었다. 또 문체부에서는 씨름을 담당하는 부서를 두고 씨름협회에 예산을 지원하는 등 씨름진흥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돌이켜 보면, 씨름은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끝없는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씨름협회는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파벌싸움으로 인한 분열을 반복하며 씨름을 활성화하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씨름이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스포츠’라고 자부하면서 그에 맞는 ‘전용 경기장’ 건립의 문제에서만큼은 서로 말을 아낀다. 수치스러운 일이다.
주변국을 보면, 일본은 공익법인 ‘일본무도관’에서 최대 1만4천471명을 수용하는 ‘전용 경기장’을 소유하고 있고, 스모의 상징적 공간인 ‘양국국기관’은 1만1천98명을 수용하는 ‘전용 경기장’이 있다. 유도의 상징적 공간인 ‘강도관’은 지하 1층 지상 8층의 건물에 교육도장과 중앙도장이 있다. 또 중국의 ‘중국무술협회’는 중국전통무술을 관리하며 올림픽을 개최했던 ‘우슈 전용 경기장’을 보유하고 있다. ‘K-Culture’와 ‘K-방역’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시점에서 ‘씨름’은 아직 전용 경기장조차 갖추지 못한 것을 보면, 그동안 전용 경기장 건립을 위한 씨름인의 의지가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씨름이 ‘국가무형문화재 제131호’로 지정되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된 이상 씨름의 상징적 공간인 ‘전용 경기장’ 건립의 문제는 이제 심도 있게 논의할 때가 되었다. 특히, 씨름협회가 씨름 내실화와 세계화에 관심을 높이고 ‘GAISF(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 가맹을 통해 국제적인 스포츠로 도약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시점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문체부도 ‘씨름 전용 경기장 건립 계획’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공성배 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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