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양지로 나온 탐정…‘한국판 셜록’ 부탁해~

탐정시대 개막, 300여업체 8천여명 활동
증거 채취법 등 교육 통해 자격증 획득
국정원·경찰 퇴직자 제2의 직업 ‘주목’
공권력 사각지대 보완, 자칫 불법 우려도

2020년 8월5일 우리나라에 그동안 없던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올해 초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탐정’이라는 명칭 사용이 합법화된 것이다. 등록된 민간자격을 획득하면 탐정사무소 간판을 달 수 있고 퇴직 경찰은 탐정으로 새 명함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탐정 업무에 대해선 불법 민간사찰이 아니냐는 등 위법 논란이 분분하다. 이에 본보는 탐정이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올바른 탐정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1일 오전 9시30분. 탐정사무소로 찾아온 의뢰인은 “직원이 회사의 기밀을 경쟁사에 빼돌리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직원 김태수씨(가명)에 대한 추적을 의뢰했다. 김씨가 회사의 중요 서류를 경쟁사에 넘기는 정황을 수집해달라는 것. 김씨의 인상착의와 예상 경로를 전달받은 유우종 탐정은 바로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전 10시가 되자 의뢰인의 말처럼 김씨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던 중소규모의 마트에 그가 도착했다. 유 탐정 역시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인물 추적의 핵심이 모든 일을 사실 그대로 기록하고 증거를 남기는 것인 만큼 김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하게 감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전 10시20분. 드디어 유의미한 정보 하나를 수집했다. 지하철을 탄 김씨가 가방에서 중요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예상되는 서류 뭉치를 꺼내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문서를 보며 휴대폰으로 문자를 나누거나 통화하며 누군가와 약속장소를 잡는 모습까지 포착했다.

오전 11시30분. 김씨가 인근 건물 앞에서 한 남성을 만났다. 악수를 나누는가 싶더니 단 둘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김씨의 내부 기밀 유출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위 이야기는 탐정의 하루 일과를 가상으로 체험해본 시나리오다. 지난 8월5일 우리나라도 ‘탐정’이란 명칭을 쓸 수 있게 되면서 이 같은 ‘민간 조사 영역’이 앞으로 보다 보편적인 모습으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300여개 업체, 8천여명이 탐정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시장 역시 성장하고 있으며 규모는 약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정원 요원과 경찰 등의 퇴직자들 사이에서 ‘제2의 직업’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새로운 일자리인 만큼 청년 일자리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다.

탐정이 되길 원하는 이들은 관련 민간자격증을 획득하면서 탐정 자격을 얻는다. 자격증을 얻기 위해 예비 탐정들은 자격증을 발급하는 곳으로부터 증거 채취 방법과 조사 방법, 지문 현출 등 각종 실무 교육을 받고 있다.

탐정은 주로 해외도피사범과 산업스파이 추적, 보험사기 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법원 판결을 돕는 역할을 담당한다. 미처 공권력이 닿지 못한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공백을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활동에 대한 우려도 크다. 탐정이 하는 일 자체가 자칫하면 ‘불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유우종 탐정중앙회장은 “탐정이 불법 흥신소와 차별화되는 이유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조사를 해나가기 때문”이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강구해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8월부터 합법적인 직업으로 인정된 ‘탐정’ 자격증 취득을 위해 예비탐정들이 FPI(민간조사최고전문가)과정 교육을 받고있다. 윤원규기자
올해 8월부터 합법적인 직업으로 인정된 ‘탐정’ 자격증 취득을 위해 예비탐정들이 FPI(민간조사최고전문가)과정 교육을 받고있다. 윤원규기자

팩트체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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