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여자씨름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지난 4일 ‘위더스제약 2020추석장사씨름대회’가 막을 내렸다. 이 대회에는 남자선수뿐만 아니라 꽃가마 주인의 자리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여자선수들도 출전했다. 여자씨름단이 창단되며 처음 도입된 여자부 단체전 경기와 매화급(60㎏ 이하), 국화급(70㎏ 이하), 무궁화급(80㎏ 이하)으로 진행된 체급별 경기는 그 열기가 남자경기 못지않다.

우리나라에서 여자씨름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일제강점기 때 1936년 7월8일 부산일보에 의하면, ‘경성에서 여자씨름대성황(女角力大盛況) 여흥대인기(餘興も大人氣)’라는 기사에서 여자씨름에 대한 기록이 처음으로 보인다. 용인대학교 산학협력단(2015)의 ‘씨름진흥 기본계획연구 용역’에 의하면, 1938년 전북 군산의 옥구, 1940~50년대 경주, 안동, 마산, 진주, 김천, 고령, 의성 등의 영남 지방에서 여자씨름 대회를 개최했다는 기록이 있다. 1950년 5월24일 연합신문에 의하면, ‘요즈음 여자씨름대회가 성행하여 일반의 비난을 자아내게 하고 있던바 작(作) 23일 서울특별시 경찰국에서는 동 씨름대회 주최자 측에 대해 금후는 풍기 상 좋지 못하니 일제히 중지하라는 중지령을 내리었다’는 기사가 있다.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한다면 여자씨름은 1930년대부터 시작됐고 지역별로 축제가 열릴 때 여자씨름 경기가 함께 열린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현재 여자씨름은 2011년 구례군청반달곰씨름단을 시작으로 콜핑, 거제시청, 안산시청, 화성시청까지 총 5팀이 창단됐다. 또 여자씨름단을 창단하려는 시·군청들이 있고 생활체육으로 씨름을 배우고 대회에 참가하는 각 지역의 여성 동호인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여자씨름은 학교체육이나 스포츠클럽이 발달하지 못해서 수준 높은 선수를 육성하는 데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자씨름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스포츠클럽의 여자씨름 프로그램 확대와 제도권 안에서 선수 육성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현재 여자씨름단에는 씨름을 전문으로 배운 선수는 일부이고 유도나 레슬링 등의 타 종목 출신 선수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여자선수를 육성하고 생활체육으로 폭을 더 확대할 방안을 대한씨름협회는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용인대학교에서는 여자씨름 선수도 체육우수자 특별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초중고의 여자씨름 인프라가 구축돼 여자씨름의 활성화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공성배 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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