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미군장갑차 추돌사고 SUV 음주에 시속 100㎞ 과속 추정…미군측 과실도 조사중

포천서 SUVㆍ미군장갑차 추돌로 4명이 사망한 사고(본보 1일자 7면)와 관련 사고 당시 SUV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천경찰서는 “운전자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운전면허 취소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나왔다는 내용의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SUV 운전자인 50대 남성 A씨의 구체적인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지난달 30일 오후 9시30분께 포천시 관인면 중리 한탄강 영로대교(총길이 755m)에서 SUV가 미군 장갑차를 추돌, SUV에 타고 있던 A씨 등 50대 부부 2쌍이 숨지고 미군 운전자인 20대 상병이 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사고 당시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속 100㎞ 이상의 빠른 속도로 달려 장갑차를 추돌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고 당시 시속은 에어백 모듈에 내장된 데이터 기록장치(EDR)와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추산됐다. 사고지점인 영로대교는 시속 60㎞ 제한 구간이다.

경찰은 또 SUV 블랙박스를 통해 사고 당일 영로대교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함께 타고 있던 50대 남성 B씨가 운전한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B씨에 대한 시신 부검도 국과수에 의뢰한 결과, A씨와 마찬가지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수준의 수치로 확인됐다.

SUV 탑승자가 모두 사망해 사고 직전 운전자가 B씨에서 갑자기 A씨로 바뀐 정확한 경위를 밝혀내기는 어렵지만, 술에 취한 B씨가 운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A씨가 나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다만, 이들 모두 그때까지 미군 장갑차가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난 곳은 영로대교에 진입해 650m가량 달린 지점이다.

경찰은 SUV 운전자의 음주운전과 과속 외에 장갑차를 운행한 미군 측의 과실 여부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 중이다. 사고 당시 장갑차 대열 앞뒤로 호위 차량인 ‘콘보이’가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국내 도로교통법상 군용 차량이 이동할 때 불빛 등으로 호위하는 ‘콘보이’ 차량이 꼭 동행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나, 한미협정서에 관련 규정이 있다는 주장에 따라 이를 조사 중”이라며 “미군 측에 관련 내용 답변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포천시사격장 등 관련시설 범시민대책위는 “이번 영로교 장갑차 사고는 효순ㆍ미선사태 이후 한미간 합의사항을 미군 측이 규정을 위반해 발생한 인재라고 생각한다”며 국방부장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의 면담을 촉구했다.

포천=김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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