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언택트 시대 그림책이 건네는 위로

소통을 위한 활동이 제한되면서 오는 불안감으로 각자의 라이프 사이클은 틀어졌으며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생존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변화의 시기 속에 살게 된 것이다.

이런 시기에 인간의 안정된 정서를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문화 활동은 어쩌면 가장 절실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서를 함양할 수 있는 미술관도 영화관도 공연장도 쉽게 나설 수가 없는 현실이다. 이럴 때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는 ‘책’이 아닌가 한다. 그중에서 ‘그림책’은 오감을 만족시켜 심신을 안정시키며 인간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는데 최적의 선택이 아닐까 한다.

책은 고대 진흙 판에 새겨진 쐐기글자나 중국의 죽간으로부터 시작해서 이집트에서 발견된 파피루스,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낱장을 묶어 함께 묶은 코덱스 형태의 책까지 종이와 활자가 발명된 이후 인간의 역사와 함께했다.

글과 그림으로 구성된 그림책은 14세기 전설이나 우화가 중심인 <이솝 이야기>, 18세기 풍부한 상상력의 보고로 불리는 <안데르센>을 거쳐 19세기 중산층의 등장과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과 함께 발전한 그림책은 훗날 게이트 그린어웨이와 랜돌프 칼데콧, 윌터 크레인 등의 그림책 기초를 다진 작가들이 탄생했다.

문자와 이미지로 구성된 ‘그림책’은 어린 독자들에게 교훈을 주는 교육적 기능을 중시한 탄생 당시의 의미를 넘어 오늘날 인생의 희로애락에 대한 내용까지 담고 있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감동과 공감을 주는 대중적인 장르로 오늘날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이러한 그림책의 특징은 독자를 동참시킨다. 책장을 넘기며 눈으로 보며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오감을 자극받는다. 전설이나 우화를 통해 이야기 속의 해당 국가들의 문화 다양성과 정체성을 이해하며 상상 속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새로운 세계로 모험과 여행을 경험한다.

그림책 속 이야기는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슬픔을 주기도 한다. 괜찮다고 위로도 하며 잘했다는 격려를 주기도 한다. 할 수 있다고 용기도 주며 너의 생각이 옳다고 동감해 주기도 한다.

글 없는 그림책들은 독자의 상상력과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독자마다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며 독자 자신만의 이야기로 만드는 매력을 가지기도 한다.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 거의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며 사는 디지털시대에 수동적인 정보 습득에 익숙해져 가는 현대인은 언젠가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처럼 코로나 19로 인해 물리적인 소통이 제한된 환경에서 오감을 자극하며 즐길 수 있는 그림책 몇 권쯤 곁에 놓고 본다면 생각을 확장시키기에 썩 괜찮은 극복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손서란 복합문화공간 비플랫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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