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비대면의 세계로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가 지나자 흰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백로절(白露節)에 들어섰다. 9월이다. 이제 한해도 4개월 정도 남았다. 거짓말처럼 아침저녁은 선들거린다. 올 상반기는 온통 코로나19로 옥죄고 장마와 태풍과 유례없는 신종 비대면 문화를 턱하니 내놓았다. 이제 어디를 가도 마스크와 발열체크 손 씻기 등 생활 속 거리두기는 서로 익숙해지고 있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평범했던 일상이 그립고 그리울 수밖에. 서로 얼굴을 보고 표정을 읽으며 주고받는 말을 재미, 마주한 사람의 눈동자 속에 흔들리는 마음과 헤어지기 싫어 한없이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일상이 어느 한순간 기약 없이 멈춰버린 것이다.

교육은 또 어떠한가. 우리가 받았던 교육 대부분은 대면이었고 특별한 경우라야 비대면 교육이었다. 현재 우리는 대면 수업을 할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실정에 와 있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코로나가 오기 전 나의 일상은 예절관 문지기나 다름없었다.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해 수강생을 모집하고 개강을 하게 되면 이번엔 어떤 분들이 예절관에 관심을 뒀을까 설레게 된다.

그래서 출근하면 으레 한복으로 갈아입고 입구에 서서 반갑게 인사로 맞이하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함께하다가 마지막 한 사람까지 예절관 대문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무탈하게 운영하는 일, 이 모두가 얼굴을 마주하는 일상이었다.

사실 예절관은 일주일 내내 수강생으로 북적댄다. 일반 성인, 다문화 가족, 어린이 유치원생, 중고생 어디 그뿐인가 주민자치센터 통장님들, 각 단체와 동아리 그야말로 대상도 다양하고 프로그램 또한 다양하다. 어떤 날은 종일 달려 다니다가 해가 질 때도 있다.

코로나19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예절관도 위기지만 시민들도 위기였다. 뭐라도 해야 했다. 정해진 시간에 강의를 마치면 그만이었던 대면수업과 달리 비대면 수업은 그렇지가 않다. 강사는 텅 빈 강당에서 카메라 앵글을 보고 수업하고 그 내용을 편집해 내보내고 수강자는 수강했다는 답글을 달면 출석으로 처리한다. 더욱 답답한 것은 질문과 답을 그때그때 주고받기가 쉽지 않고 수강자가 어디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대면 수업은 대면수업보다 세 곱절 이상 일이 많음을 실제로 알게 됐다.

그런데 이변이 생겼다. 상상을 못한 일이 나타났다. 그 첫 번째는 대면수업일 때는 30명 이상 수용이 어려운 강당이었는데 비대면으로 90명 이상을 싣고 출발이 가능한 일. 그 두 번째는 비대면으로라도 강좌를 개설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수강생의 답글이 줄줄이 올라온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세계가 아닐 수 없다. 처음 가보는 길, 처음 눈 맞추는 카메라앵글이지만 비대면의 세계가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가까이 함께 할 수 있음을 가져다줬다.

강성금 안산시행복예절관 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