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통크게 털고 서로 협력하라'
남양주시가 최근 배포한 청학비치 관련 보도자료를 수정, 재수정을 거쳐 언론사들에게 다시 전달하고 관련 내용 사실 정정 알림까지 보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시와 도가 특조금 문제로 서로 날을 세우는 가운데 벌어진 웃지 못할 해프닝에 우려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1시21분께 시 출입기자들에게 ‘남양주시 하천정원화사업의 대표 브랜드 ’청학비치‘ 코로나19 비대면 휴식공간으로 인기 절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가 뿌려졌다.
남양주시 수락산 입구 청학천변에 조성된 ‘청학비치’가 개장 50일 만에 1만5천여명이 다녀가는 등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휴식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날 오후 2시 수정된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전체 내용은 같았지만 조광한 남양주시장의 발언 부분 중 ‘후한무치’가 ‘후안무치’로 수정됐다.
문제는 수정 부분의 발언이었다. 보도자료에는 “조 시장은 ‘이재명 지사가 하천계곡정비사업을 처음 시작했다는 주장은 논문표절 수준의 후안무치이며, 비양심적인 행태’라고 강력 비판했다”고 인용돼 있다. 도와 시가 특조금 문제로 껄끄러운 상황에서 나온 자극적인 발언이라 문제가 있어 보였다.
이에 시는 이날 오후 5시57분께 보도자료 제목 앞에 ‘긴급’을 달고 부랴부랴 다시 수정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조 시장의 위 발언 내용이 “조 시장은 ‘누가 뭐래도 계곡과 하천 정비사업은 남양주시가 가장 먼저 시작했고 이것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로 통째로 바뀐 것이다.
이후 시는 이날 오후 6시13분 다시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청학비치 보도자료 관련 내용 사실 정정 알림’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 조 시장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을 요청했다.
기자들 사이에서 이번 일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 입장에서 도와의 갈등 속에서 억눌러왔던 속내를 터트렸다가 문제가 될 것 같자 서둘러 봉합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도와 시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도가 특조금 지급 대상에서 재난기본소득을 현금을 지급한 남양주시를 제외하면서부터다. 이에 남양주시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와 관련, 도 대변인과 시 정책보좌관이 SNS를 통해 날선 공방을 이어가기도 했다.
거기에 도가 남양주도시공사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도가 남양주시장 등을 수사 의뢰하고 감사를 통해 상품권 유용을 이유로 남양주시 공무원 중징계를 요구하면서 대립각은 더 커졌다.
최근 이재명 지사도 특조금 지급문제와 관련해 남양주와의 갈등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 자신의 SNS에 “‘보복 행정’, ‘묵은 갈등’ 등의 표현을 동원해 진영논리로 도민분열을 획책한다”면서 남양주시에 대해서도 “남양주시가 반발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쓴 바 있다.
시민들은 도와 시가 기싸움을 벌이면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에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시민 A씨는 “코로나19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시기에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시ㆍ도 발전과 시민의 안정을 위해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면서 “서로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통 크게 털고 시민들을 위해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양주=유창재ㆍ심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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