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문화카페] 그림책을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 독립시켜야
오피니언 문화카페

[문화카페] 그림책을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 독립시켜야

그림책은 그림을 그리는 그림작가와 글을 쓰는 글작가가 협업을 하기도 하고, 한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완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서로의 영역에서 역할을 다해 하나의 책으로 완성되는 장르로써 미술과 문학의 어우러짐이 기반된다. 오늘날 그림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인, 노인에 이르는 전 세대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림책을 전문으로 내세운 그림책카페, 그림책서점, 그림책도서관 등이 지역 곳곳에서 생겨나고 그림책지도사, 그림책 큐레이터 등의 직업이 생성되었으며, 원주그림책도시를 비롯해 순천, 군포, 광주, 제주 등이 그림책을 포인트로 한 문화도시로 나아가고자 박차를 가하는 관 주도의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 한국 그림책은 세계 출판계가 주목하는 볼로냐어린이도서전, BIB 등에서 꾸준한 수상 실적을 쌓아오며 두각을 나타내다, 최근에 이르러 백희나 작가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 상을 받는 등 세계무대에서 여느 인기 한류 문화에 뒤지지 않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 그림책의 질적, 양적 성장세는 나날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그림책의 미래를 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부분은 미미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진흥법은 ‘문화예술’이란 문학, 미술(응용미술을 포함한다),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演藝), 국악, 사진, 건축, 어문(語文), 출판 및 만화를 말한다고 제2조에서 정의한다. 제도 속에서 그림책은 문학의 하위 분야에 속하고 있는데, 이는 그림책의 주요 요소인 그림을 문학의 범주로 분류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그림책 진흥을 위한 사업 역시 문학의 언저리에서 맴돌게 제한한다.

그렇다면 그림책이 보여주는 ‘민족문화 창달’의 지점은 어떠한가. 해외에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을 민족문화의 창달의 한 축이라고 본다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도서저작권 수출 실적 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수출된 전체 4천683건 중 46.7%에 이르는 2천186건이 ‘아동’ 분야이다. 그림책이 별도로 구분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다는 것도 안타깝지만, 업계 추이를 볼 때 그 중 그림책 수가 압도적임은 분명하다. 반면 ‘문화예술’로 정확하게 구분된 ‘문학’은 666건으로 14.2%, ‘만화’는 596건으로 12.7%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그림책 산업은 작가와 출판사의 뼈를 깎는 자생적 노력으로 성장해왔으며 마침내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창작이나 출판의 환경이 경제적으로 몹시 불안정하다는 것을 숨기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때에 그림책을 또 하나의 ‘문화예술’ 장르로 독립, 추가하여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련 사업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문화예술진흥의 목적에 진정으로 맞닿는 결과가 우리의 ‘그림책’을 통해 보다 더 분명하고 빠르게 도출될 것이라 확신한다.

오승현  글로연 편집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