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부동산 가격 급등이 일본이 90년대 후반에 경험한 ‘거품’이라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부동산의 기본적 가치의 상승을 반영한 것이라면 부동산 가격 급등은 거품이 아니다. 즉, 부동산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고 해서 무조건 거품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부동산의 기본적 가치의 상승을 반영하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또한 자산가격 상승이 거품인지에 대한 판단은 자산 가격 급락 이후에 사후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명한 것은 최근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거품이라면 언젠가는 부동산 가격의 폭락이 발생할 것이고, 그러한 경우 부동산 가격 급락이 불황을 초래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거품일 가능성이 있다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과 같이 저출산ㆍ고령화가 진전돼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국면에서는 급격한 경기하락이 장기불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본은 2012년 12월부터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경제활성화 정책을 통해 불황을 타개했다. 아베노믹스에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하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은 2012년 0.8에서 2018년 1.61로 상승했다. 또한 아베노믹스 하에서 기업실적이 개선되고 주가지수가 상승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일본의 내각부는 경제학자나 이코노미트 등이 참여하는 경기동향지수연구회를 개최해 ‘아베노믹스 경기’의 경기 정점(peak)을 2018년 10월로 판단(잠정적 인정)했다. 이로써 아베노믹스가 전후 최장기 호황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환상이 됐다. 아베노믹스 경기는 전후 2번째로 장기간에 걸친 경기회복이다.
지난해 10월 소비세의 인상과 코로나 19의 확산의 영향으로 일본 경제는 ‘아베노믹스 경기’라고 불리는 장기호황이 끝났다고 생각해 왔지만 사실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일본 경제는 이미 경기후퇴기에 접어들었고, 코로나19는 일본의 경기후퇴를 더욱 심화시켰다. 일본은행이 발표하는 TANKAN(기업체감경기지수)에 의하면 미중무역마찰 등의 영향으로 대기업의 업황판단지수(D.I)는 이미 2019년에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하락했다. 아베노믹스 하에서 어느 정도 일본경제가 경기회복을 달성한 것은 수출 호조와 이를 지탱하는 기업설비투자에 의한 측면이 크다.
일본경제가 가지고 있는 당면 과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를 해소하는 것에 있지만 보다 구조적으로 보면 경제성장의 축인 개인소비가 장기호황 하에서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저출산ㆍ고령화의 진행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한국 역시 저출산ㆍ고령화의 진전이 개인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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