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양주 먹골배 생산 급감...농민들 "최악의 수확량"

9일 오전 남양주시 별내면 광전리 배밭에서 한 농민이 떨어진 배를 줍고 있다. 심재학기자
9일 오전 남양주시 별내면 광전리 배밭에서 한 농민이 떨어진 배를 줍고 있다. 심재학기자

남양주의 대표 특산물인 먹골배 농사가 위기를 맞고 있다. 도시 개발로 재배면적이 계속 줄고 있는 데다 기후 변화와 재해로 생산량까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봄철에 이미 사상 최악의 저온피해를 입었고, 장마와 태풍 피해까지 우려돼 생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9일 남양주시와 배 생산농가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관내 배 재배면적과 생산농가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재배면적은 지난 2016년 352㏊에서 올해 320㏊로 32㏊가 사라졌고, 생산농가도 지난 2016년 400호에서 올해 312호로 88호나 줄었다.

재배면적과 농가수가 주는 가장 큰 이유는 개발 예정지에 재배지가 속속 편입되고 있어서다. 지난 2018년 왕숙1지구에 재배지 5.5㏊(12개 농가), 왕숙2지구에 재배지 21.8㏊(10개 농가), 진접2지구에 2.6㏊(4개 농가) 등이 포함됐다. 지난 2018년 당시 재배면적인 340㏊의 8.7%가 개발지구에 편입된 것이다. 앞으로도 개발로 재배면적과 생산농가수 감소 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9일 오전 남양주시 별내면 광전리 배밭에서 한 농민이 하나라도 더 수확하려고 배를 싼 봉지를 살피고 있다. 심재학기자
9일 오전 남양주시 별내면 광전리 배밭에서 한 농민이 하나라도 더 수확하려고 배를 싼 봉지를 살피고 있다. 심재학기자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는 것도 적신호다. 지난 2016년 남양주시 배 생산량은 8천703t이었는데, 지난해 생산량은 7천249t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봄철 배 착과(着果) 시기에 발생한 이상 저온으로 생산량이 더욱 줄 것으로 예상된다. 농민들은 계속 이어지는 장마와 앞으로 닥칠 태풍도 올해 먹골배 생산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별내면의 배 재배농민 A씨는 “올해는 봄철 냉해와 폭우에 두어 강풍까지 불어 배가 많이 떨어졌다. 수확량이 예년보다 40~50% 줄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성복 남양주시배협의회장도 “오랫동안 배 농사를 지어온 분들도 올해 같은 해는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별내ㆍ진접ㆍ와부지역 등의 잇따른 개발로 배밭이 사라져 생산량이 주는 게 먹골배 위기의 근본적인 이유다. 시와 농가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시도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9일 오전 남양주시 별내면 광전리 배밭에서 한 농민이 떨어진 배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심재학기자
9일 오전 남양주시 별내면 광전리 배밭에서 한 농민이 떨어진 배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심재학기자

남양주시는 먹골배 생산 및 수출 활성화를 위해 자재 및 직판행사 등을 지원하는 먹골배 명품화 지원사업, 고품질 수출농산물 생산과 수출 포장재 및 표준물류비 등을 돕는 농식품 수출 활성화사업, 먹골배 생산기반 안정을 위한 기기 및 시설설치를 지원하는 선택형 맞춤농정사업 등의 처방으로 먹골배 생산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먹골배의 옛명성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남양주 지역 재배면적 및 생산량이 감소하는 추세는 사실”이라면서 “고품질 명품배 생산 체계를 확대하고 수출 활성화로 배 농가소득이 증대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양주 먹골배는 시원한 맛이 일품으로 껍질이 맑고 황갈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서울 중랑구 묵동에서 많이 나 묵골배로 불리다 먹골배가 됐다. 서울 묵동에 자리했던 배밭이 기후와 토양이 비슷한 남양주시로 옮겨오면서 품종 구분 없이 먹골배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9일 오전 남양주시 별내면 광전리 배밭에서 농민들이 배 나무를 살피고 있다. 심재학기자
9일 오전 남양주시 별내면 광전리 배밭에서 농민들이 배 나무를 살피고 있다. 심재학기자

남양주=유창재ㆍ심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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