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는 바야흐로 가을의 시작인 입추를 앞두고 있는데 아직 긴 장마가 끝나지 않아 폭우로 인한 피해가 늘어가고 있고 늦더위도 예상되어 걱정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폭우와 폭염이라는 불청객의 방문으로 지구촌을 힘들게 하고 있으니, 코로나19로 힘든 시절과 겹쳐 안타까운 마음에 그저 하늘만 올려보며 장마가 물러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전통 농경사회에서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익어가는 때여서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야 했다. 하지만 입추가 지나서도 비가 닷새 이상 계속되면 가을 풍작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조정이나 각 고을에서는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다 한다.
음식의 가짓수를 줄인다고 비가 멈추지는 않겠지만 백성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하늘을 공경하는 경천애민(敬天愛民)의 실천인 동시에 지도층의 절제와 사회적 책무를 당부하는 의미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우리 전통의 품앗이와 두레의 정신을 떠올리며 올 여름 휴가는 수해지역을 찾아 자원봉사를 하거나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는 등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을 발휘했으면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자 확산이 줄어들며 박물관, 공연장을 비롯한 공공시설들이 다시 재개관을 시작했다. 코로나 감염 확산을 위해 부득이한 조치였지만 예술관련 시설의 운영중지와 행사의 취소로 인해 많은 예술가들이 무대를 잃고 상실감에 젖었고 생계도 지장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재개관은 반가운 소식이다.
힘이 들수록 예술을 통해 심미적인 만족과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 카타르시스를 통해 새로운 삶의 의지를 갖게 하는 것이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기에 예술관련 공공시설의 휴관은 신중하면서도 제한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공연장을 비롯한 예술관련 시설은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인 동시에 예술인들이 창작을 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삶의 공간이기에 철저한 생활 방역과 건강수칙을 지켜 다시 공연장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이 문을 닫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의 일상과는 다른 비대면 문화가 새롭게 주목받으며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학교 교육에 있어 원격교육 및 온라인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기술적 대안과 함께 다양한 발전방안들이 나오고 있어 교육 현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것 같다.
여름이 지나고 9월과 10월에 예정된 많은 지역 축제들 또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새로운 축제 프로그램 개발은 물론이고 생활방역과 축제의 조화로운 운영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비대면의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됐고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인류의 긴 역사가 환경에 대한 적응과 새로운 도전을 통해 문명을 개척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갔기에 이 위기 또한 훗날 한 시대를 구분하는 분기점이 되리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하며 오늘도 발열체크를 하고 QR코드를 찍으며 일상을 시작한다. 이 또한 훗날의 추억이 되리라….
한덕택 남산골 한옥마을 상임예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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