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통행은 엄두도 못 냅니다. 비가 쏟아지면 낮에 다니기도 겁이 납니다”
포천시 일동면 화대리 운담교에서 만난 주민 A씨(66)의 호소다. 이 교량은 보행 공간이 없어 주민들이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사정은 이런데도 경기도는 운담교 상부만 포장하는 것으로 보수를 마무리,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30일 경기도와 포천시, 주민 등에 따르면 도는 건설된 지 26년이 넘은 운담교에 대해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보수공사는 387번 지방도를 보수하면서 운담교 상부를 재포장하는 게 전부였다.
주민들은 보수공사가 시작될 때만 해도 인도가 설치될 줄 알았다. 그런데 고작 상부 포장에 그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주민 B씨(58)는 “운담교에 인도가 없어 통행하기가 늘 불안하다. 언제 사고를 당할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도에 수차례 건의했는데도 예산이 없다며 고작 다리 상부 포장에 그치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 주민들의 간절함을 이렇게 외면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운담교는 너비 8.5m, 길이 73m 등으로 지난 1994년 개통 당시 차량 통행이 잦지 않아 인도가 설치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대가 온천지구로 지정된 이후 차량 통행량이 급증하면서 주민들은 인도가 없는 차도를 걸어야 하는 등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급기야 지난 2018년 겨울에는 주민 C씨가 운담교를 건너다 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송상국 시의원은 “경기도가 주민들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인도가 없어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운담교에 대한 장ㆍ단기계획이 있다면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게 순서다. 운담교 보수공사를 한다며 기껏 다리 상부 보수로 끝내는 건 주민들의 간절함을 외면하고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련 부서 관계자는 “운담교가 상당히 노후화돼 이번에 지방도를 보수하면서 다리 상부를 보수했다. 주민들이 지적하는 인도 설치는 내년 예산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앞서 지난해 11월 지방도 보수계획에 포천 운담교가 2021년 예산에 포함시켰으며, 인도를 설치하는 보수공사를 할 것인지, 새로 교량을 설치할 것인지 예산에 따라 포천시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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