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가짜뉴스와 21세기 소크라테스

인간의 본성 중 하나는 알려고 하는 욕망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본래 무지한 까닭에 처음에는 지극히 신변적인 불가사의한 일에 대해 경이의 마음을 품었으나 차츰 나아가 훨씬 큰 사건에 대한 의문의 마음을 품게 됐다고 한다.

아는 것에는 크게 경험적으로 아는 것과 학리적으로 아는 것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경험적으로 아는 것은 개별적 사실에 국한된 것이지만, 학리적으로 아는 것은 개별적 사실의 원인과 원리를 연구해 보편적 지(知)를 찾는 것이다. 보편적 지(知)에 대한 사랑을 철학이라고 한다. 철학적 사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원에 대한 물음이다.

오늘날은 기술문명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비대면’(untact)디지털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적 상황에서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악용한 온갖 종류의 가짜뉴스들이 판을 치고 있다. 가짜뉴스는 주목을 받으려고 일부러 거짓 표제나 자극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다. 가짜뉴스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머리기사나 조작된 뉴스로 방문자 급증을 노리며 이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 이와 같은 가짜뉴스는 진실을 호도해 대중을 현혹하고 언론이 기사를 올바르게 다루기 어렵게 만들어 공정한 언론 보도를 훼손한다.

민주주의 시초라는 고대 그리스에서도 대중들이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교묘한 논리를 전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언어의 마법사들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을 소피스트라고 하는데, 소피스트들은 돈을 받고 지식을 팔면서 지혜로운 자를 자처했다. 그러나 소피스트들의 논리는 진리를 밝히기보다 대중들을 현혹시키고자 한 궤변이 많았다.

당대의 소피스트들과 달리 소크라테스는 돈을 받고 지식을 팔지 않았으며 자신을 ‘무지한 자’로 불렀다. 그는 입버릇처럼 “나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지혜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무지(無知)에 대한 자각이다. 델포이 신전은 무지한 자를 자처하는 소크라테스가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는 신탁을 내렸다.

소크라테스는 참과 거짓, 정의와 부정에 대한 올바른 분별보다는 대중을 현혹시키는 소위 여론조작에 관심이 많았던 세태를 한탄하면서 조작된 대중의 의견보다는 정의와 부정에 관해 진리 자체가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소크라테스에게 있어서 가장 귀중한 것은 그저 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는 것이었다. 여론재판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힌 소크라테스는 탈옥을 권하는 친구 크리톤에게 말했다.

“대중이 그렇게 하더라도, 우리는 부정에 대해서 부정으로 보답해서는 안 되겠지? 왜냐하면, 우리는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부정을 해서는 안 되니까 말이야.”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시민사회에도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면서 온갖 잘못된 정보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여론을 조작하려는 가짜뉴스들이 판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소크라테스의 명언으로 알려진 델포이 신전 입구에 기록된 신탁에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이게 된다. “네 자신을 알라!”

임봉대 국제성서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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