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츠다야의 성공신화, 라이프스타일 기획

일본 규슈 다케오(武雄)시는 도서관과 카페와 서점이 동거하는 독특한 구조의 시립도서관으로 유명하다. 인구 5만의 소도시 도서관은 개관 1개월 만에 이용객 10만을 돌파하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2006년 새로 부임한 도쿄대 출신의 젊은 시장 히와타시 게이스케(渡啓祐)의 행정개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국내에서도 많은 공립도서관이 이를 벤치마킹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실제 다케오시립도서관 성공은 츠다야(屋)서점에 그 운영을 위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츠타야’는 일본 최대 CD·DVD 판매. 대여 업체이자 최고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츠다야 서점의 민간 운영방식이 공공도서관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도서관 내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고 서점과 휴식공간이 공존한다. 고객들은 느긋하게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밤늦게까지 책을 볼 수 있고 도서관 안에서 담소를 나눌 수도 있다. 책의 진열도 1920년대 도입된 십진분류 방식과 달리 20여 개의 주제별 분류체계를 도입하여 편의성을 강화하였다. 요리책 코너에는 식기를 나란히 진열하고, 여행 책자 옆에는 관련 영화 DVD가 함께 자리한다. 일반서점과 달리 베스트셀러 코너를 없앤 대신 소파와 탁자를 곳곳에 배치했다. 또한 각 장르에 정통한 직원들이 고객의 기분에 맞게 음악과 책도 추천해준다. 이런 이유로 츠타야 서점은 일본인들에게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으로 손꼽힌다. 국내에서도 교보문고 등 서점들이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츠다야의 외형을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을 뿐이다.

1983년 작은 서점에서 출발한 츠다야는 일본 전국에 1천400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연간매출액 2조 원 이상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공신화를 일궈낸 주인공은 CCC(Culture Convenience Club)의 마스다 무네아키(增田宗昭) 대표이다. 그는 자신을 ‘기획자’라 소개하며 미래사회는 디자인과 같은 지적자본이 중심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는 생활문화인 라이프 스타일을 기획한다. 그는 자신의 경영철학으로 ‘고객가치’와 ‘라이프스타일 제안’ 두 가지를 꼽고 있다.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고객가치이다. 매장(賣場)을 매장(買場)으로 인식하고 판매자 중심이 아닌 구매자 중심의 편안함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또한, 라이프스타일의 제안은 가속도로 변모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이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 제안을 그는 ‘기획’, ‘디자인’이라 하고 이 기획과 디자인의 역량은 미래사회를 선도할 지적자본이라 한다.

그는 고객들에게 편안한 휴먼스케일의 공간을 제공하는 일을 라이프디자인의 핵심으로 삼는다. 기업의 운영방식 역시 휴먼스케일의 조직을 추구한다. 대기업처럼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직렬형, 관료형 조직이 아니라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하여 직원들 모두를 동료관계인 병렬형 조직으로 운영한다.

또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의적 역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조성한다. 고객과 사회에 대해서도 병렬형, 크라우드형으로 인식하고 있는 데 이러한 사고가 창의적인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으로서의 지적자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의 성패 역시 얼마나 풍부한 지적자본을 생산하고 제시할 수 있는가로 결정될 것이다.

김찬동 수원시립미술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