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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카페] 콘텐츠 이용과 보상의 선순환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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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카페] 콘텐츠 이용과 보상의 선순환을 기대하며

지난 4월 말에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실적 발표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경제 영역에 엄청난 타격이 있었음에도 알파벳은 작년 동기보다 13%가 증가한 412억 달러(약 50조 3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눈에 띄는 부분은 유튜브의 광고 매출이 33%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콘텐츠의 플랫폼으로써 유튜브는 광고를 통해서 수익을 올리고, 콘텐츠를 올린 크리에이터들은 영상의 조회 수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이처럼 콘텐츠 창작자에게 직접이든 광고 시청을 통해서이든 향유자의 사용료가 지불되어야 한다는 데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상식인 것처럼.

문화 콘텐츠 중에서 저작권에 대한 보상이 잘 지켜지는 분야는 이용 여부 확인이 분명한 인터넷 플랫폼이나 고유의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출판계는 어떨까. 디바이스나 인터넷 플랫폼으로 향유되는 이북이나 오디오북을 제외한 종이책의 상황은 명료해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보통 책 정가의 10%를 인세, 즉 저작권료로 받는다. 책의 편집과 제작, 유통을 맡은 출판사가 판매되는 수량에 따라 작가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그러나 독자가 책을 사면서 지불하는 저작권료는 오직 새 책을 샀을 때뿐이다. 헌책방을 통해 중고 도서가 유통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기업형 중고서점이 생겨난 2011년부터 그 판도가 달라졌다. 2017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온오프라인 중고서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중고서점 매출 규모는 3천334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 금액에서 저작권자에게는 단 1원도 돌아가지 않는다. 콘텐츠는 향유되고 있는데 그것의 가치에 대해 지불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식이 아니지 않은가.

도서관 이용과 공공대출보상권 도입에 관한 이슈도 첨예하다. 지난 2019년 2월에 국회에서 열린 ‘저작권, 지식의 공공성, 출판산업’ 세미나에서는 도서관의 대출 영향으로 도서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는 의견과 도서관 이용자들이 책을 구입하지 않아 출판문화산업 불황을 가져온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대립됐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할 때마다 해당 도서에 대한 저작권 사용료를 나라가 지급하는 공공대출보상권의 도입을 단순한 출판 시장의 판매 논리로만 보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깝다.

1946년에 덴마크에서 처음 시행된 이래, 2016년 기준으로 영국을 비롯한 35개국이 시행 중인 공공대출보상권을 아시아에서 최초로 도입한 나라는 대만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 제도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대만 교육부 장관은 “더 많은 민중이 도서관을 찾아 더 풍성한 문화생활을 누리고, 더 많은 작가가 더 양질의 창작물을 내며, 출판업자들은 계속 양서를 출간하고, 도서관의 장서가 다양하고 풍부해지기를 바란다.”며 “이번 시범운영은 창작과 출판에 대한 국가의 존중과 감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가와 출판사, 이용자를 두루 아우르며 국가의 문화 비전을 제시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조는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이다. 다시 말하면, 문화 및 관련 산업이 발전하는 데에는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와 이용자의 ‘공정 이용’이 뒷받침돼야 함의 역설이기도 하다. 문화 강국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나라에 공공대출보상권을 대하는 대만 정부의 자세는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오승현 글로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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