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코로나로 본 국가의 존재 이유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는 전체주의적 국가관과 절대 권력의 위험성을 그린 소설로 주인공 윈스턴은 ‘빅 브라더’라 불리는 절대권력에 대항하면서 자유와 진실을 추구한다. 1949년에 발간된 이 소설이 최근 대중들에게 주목을 받으면서 ‘빅 브라더’는 국민들의 사고(思考)의 폭을 좁혀 개인의 모든 정신과 생활까지 철저히 감시하는 상황, 또는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 사회체계를 비유하는 대명사로 불리게 됐다.

코로나사태 초기의 외국 언론은 우리나라 상황을 ‘빅브라더’에 비유하면서 우리 정부의 확진자에 대한 동선 공개 및 강력한 격리수용 조치에 대해 정보의 독점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는 비인권국가 행동이라 비판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국제적 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우수한 코로나19 대응 능력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지금은 전 세계가 우리의 방역체계를 벤치마킹하는 상황이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수준 높은 진단과 검사, 병원비 걱정 없는 치료로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선진성이다. 반면 무상의료를 표방하는 대표적인 의료 선진국가인 영국처럼 조세 방식의 보편적 의료제도(NHS)를 채택한 국가에서 코로나19의 전파속도와 사망률이 높은 원인으로는 수준 낮은 저비용 의료시스템 탓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미국 같은 고비용 의료체계 국가에서 의료접근성 저하 및 치료기회 상실에 의한 사망과 같은 비극적 결과가 많이 초래된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미국과 같은 자유주의 국가는 국민들이 자유권적 기본권을 가지고 자유로운 행동과 의사표현을 할 수 있고, 국가는 사회전반의 경제 및 의료 등의 정책들을 자유방임주의 원칙하에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앙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국가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들의 행복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는 6년 전 4월 16일을 기억한다. 혹자들은 세월호 사건을 운이 나빠 발생한 해상교통사고 정도로만 치부하고 노란 리본만 보면 진저리를 내지만 국민이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핵심은 국가 최고 리더가 국민들의 위기 상황을 바라보는 인식과 국가가 진정 국민들을 지켜줄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앞서 2015년 병원을 중심으로 메르스 확진환자가 연이어 발생하고 초기 확진환자와 그 접촉자들에 대한 격리조치 미흡 및 불투명한 의료정보는 문제를 확산시켰다. 이후 정부는 국가적 재앙을 되풀이 않겠다는 의지를 국가적 차원의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령의 개정, 질병관리본부의 차관급 조직으로의 격상, 감염병 관련 조직 확대 및 공무원 증원, 감염병 관련 연구 개발 예산의 확충 등 많은 변화와 발전으로 이어갔다. 감염병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 지금은 세계가 의료계뿐만 아니라 문화, 체육계에서도 칭찬하는 수범적인 국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잘사는 나라는 GNP가 높은 나라가 아닌 국민들이 안전한 나라일 것이며,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인 것이다.

정희남 인구보건복지협회 인천지회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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