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비상시 한국의 방송 함께할 만한가?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 몸 상태도 괜찮은데 집에서 가족과의 대화도 삼가며 홀로 보내야 하는 일상이다. 집에 틀어박혀 유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하루 이틀, 그저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TV를 보며 지내는 경우가 많다. 매일 보는 인터넷 기사도 별반 새로운 것이 없고, 방송도 유익한 것이 없어 눈의 피로만 가중되고 있다. 중요 방송사의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 보지만, 같은 내용의 반복되는 뉴스나 연예오락이 주로, 해외방송이라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사회 각 분야의 변화와 발전이 눈부신데 방송은 애써 지켜오던 인간사의 귀한 가치마저 변질시킨 채, 사회 감시기능이나 정보 전달기능에도 신뢰를 주지 못하고 세태의 무절제를 반영하는 오락적 요소로 승부하는 매체가 되고 있다.

비만으로 인한 각종 성인병 만연에 감당못할 정도로 내보내는 건강정보와는 정반대의 음식·요리 관련 프로그램, 가족해체를 당연시하며 개나 고양이를 가족 삼으라는 듯한 프로그램, 예·체능인의 놀이에 더해 그들의 가족마저 등장시켜 사유화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프로그램 등이 누구나가 쉽게 접할 방송 시간대의 주 메뉴이다.

엄중해야 할 내용마저 정중함과 겸손함은 타파해야 할 구태인양 가벼운 언행의 개그프로그램처럼 연출되고 있다. 재미만을 선사하면 되거나, 젊고 멋진 진행자들로 승부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문적 식견이나 경륜이 요구되는 경우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경험 부족에서 오는 내용전달의 미숙함이나 부족함이 두드러져, 뉴스보도 등도 안정감이나 신뢰감, 나아가 행간의 의미라 할 수 있는 주변 상황을 전달하지 못하고, 이미 인터넷에 떠 있는 사실의 단순한 전달에 그치고 있다. 주어진 대본에 따라 열심히 말만 하는 느낌으로는 시청자의 신뢰나 감동을 끌어내기 어렵다.

제때 치료를 못 받아 죽어나가는 환자가 끊이질 않고, 타국에서 입국하는 확진자를 막아내지 못하는 상황인데, 뉴스는 한국이 모범국가라는 데에 초점을 맞춰 국민의 위기의식을 느슨하게 만들고 있다. 다른 뉴스도 국민을 우울하게 만드는 내용 일색이다. 흉악범죄나 성범죄를 뉴스의 메인으로 전개하며, 별 듣고 싶지 않은 사항들을 매일 대서특필한다. 국민 모두를 범죄연구가로 보는 듯한 보도 태도이다. 무엇이 알권리인지 늘 알권리라 주장하며 무슨 최고의 가치라도 실현하는 양 목소리를 높인다. 악영향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을 자극함으로써 존재가치를 발휘하는 방송 같다.

모두가 암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그런 국민을 더 지치게 하는 보도내용과 연예오락에 치우친 프로그램으로는 비상시 일상을 같이할 동반자로서의 방송은 실격이다. 과연 국민과 실시간으로 호흡하는 방송이 국민에게 전해야 할 내용 선정이나 그 전달 방법이 옳은지, 늘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기로서의 방송에 의문이 간다.

방송이 곧잘 정의, 차별, 부조리를 지적하며 그를 개선하라 주장하지만, 정작 방송의 모습은 한쪽으로 치우치기 일쑤이며 예체능의 오락이나 담아내는 그다지 얻을만한 것도, 배울만한 것도 없는 존재처럼 되고 있다.

방송이 사익이나 추구하는 일그러진 정치집단처럼 공정과 균형을 잃고 국민을 자극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듯한 모습에서 벗어나, 방송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되짚어 보고 국민의 눈높이를 끌어올리는 가치 있는 매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모세종 인하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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