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의회가 지난해 6월부터 상임위 생방송 시스템을 도입ㆍ운영하면서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방청 인원은 준 대신 방송 시청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회기에 임하는 시의원은 물론 공직자들의 자세도 이전과 달리 진지해졌다는 평가다. 이는 생중계의 범위를 본회의에서 상임위와 특별위까지 확대하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 시의회의 입장이다. 특히 인근 타 시의회에서 방송 운영에 따른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방문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같은 안산시의회의 새로운 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방청객↓ 시청자↑ 변화
지난달 17일 마무리된 제260회 임시회는 16일 동안 진행됐음에도 회기 내내 회의를 참관하는 방청객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히지만, 현장에 오지 않아도 컴퓨터 및 핸드폰 등으로 의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시의회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것도 한 요인이다.
이에 안산 YWCA 의정지킴이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의정지킴이 관계자는 “이전에는 상임위 심의 내용을 파악하려면 의회를 방문해 방청하는 방법 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방송을 시청할 수 있어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됐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차원에서 당분간은 방송을 활용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6차례 회기 동안 시청자 유입 돋보여
방청 대신 의회 생중계 방송을 시청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한 접근이 가능해져 시청자가 새롭게 유입되는 사례는 의회 자체 통계 자료에서 확인됐다. 의회는 지난해 6월 제255회 제1차 정례회 중 시범 방송을 실시한 데 이어 제256회 임시회부터 제260회 임시회까지 본회의와 상임위, 특별위 활동을 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생방송했다.
총 6차례 회기에서 59일 동안 방송을 송출해 누적 시청자수가 1만7천510여 명이며, 회의별 평균 시청자 수는 150여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제258회 제2차 정례회의 경우 25일간 총 6천650여 명의 시청자가 시청한 것으로 나타나 상임위 생방송 시스템을 가동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당시 2020년도 예산(안)과 2019년도 제3회 추가경정 예산(안)을 비롯해 굵직한 안건 심의가 이뤄지면서 시청이 늘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시의원ㆍ공직자 안건 심의 준비에 더욱 만전
상임위 생중계 이후 지역 내 의회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안건심의에 임하는 의원과 공직자의 태도 또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질의와 응답 수준이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이전에 비해 발언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는 것이 의원들의 반응이다. 중계 카메라를 통해 많은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준비를 조금이라도 더하게 된다는 것이 공통된 입장이다.
한 의원은 “과거에 비해 안건 심의를 위해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허투로 준비했다가 공개적으로 낭패를 당할 수 있어 부담도 되지만, 의정활동에 내실을 기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공직자들도 의원들이 꼼꼼히 준비하는 만큼 사업과 정책을 이해시키기 위해 더 많은 자료 수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근 지방의회 벤치마킹 잇달아… 동영상ㆍ카드 뉴스 등으로 시민 니즈 충족
안산시의회의 생방송 시스템 운영과 성과가 본궤도에 오르자 인근 지방의회의 벤치마킹이 늘고 있다. 방송을 시작한 지난해 6월 이후 남양주와 안양 시의회 관계자들이 방문하는 등 벤치마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내 4개 채널과 의회 홈페이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안정적 방송 송출에 더해 상임위 당 4대에 이르는 카메라로 촬영하는 다양한 앵글과 유려한 화면 전환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의회는 또 동영상 뉴스 및 SNS용 카드뉴스 제작 등 이전에는 없던 다양한 방식과 시도를 통해 시민과의 접촉을 확대하는 변화도 꾀하고 있다.
본회의와 상임위ㆍ특별위의 심의과정 및 현장활동과 의회연구단체 간담회 등 의회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활동을 동영상으로 담아 뉴스 형식으로 전하는 한편, 생활에 필요한 정보는 카드뉴스로 제작ㆍ공유해 달라진 시민의 니즈를 반영하고 있다.
관련 자료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시의회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김동규 의장은 “지난해 상임위 생중계 시스템 도입에 대해 의회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으나 시행 1년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의정활동에 도움과 자극이 된다는 평가가 더 우세하다”며 “앞으로도 열린의회 구현을 위해 생방송 운영에 더욱 내실을 기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소통의 언로(言路)를 마련, 시민의 정치 효능감을 높이는 데에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안산=구재원기자
[인터뷰] 안산시의회 김동규 의장
안산시의회 김동규 의장은 상임위 생방송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의 다양한 생각을 하나로 잇는 고리 역할에 충실했다. 의정 활동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의사결정 전 과정을 시민과 공유하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의회 생방송 시스템이 짧은 시간에 자리 잡은 것도 김 의장의 지원과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핸드폰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의회 방송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의정활동의 유비쿼터스’ 시대를 열고 있는 시의회 소식을 김 의장에게 들어봤다.
-상임위원회 생방송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계기는.
상임위 생중계는 8대 의회 이전부터 추진했던 사업이었으나 여러 이유로 도입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동안 본회의만 생중계됐던 터라 안건 심의 과정 전부가 방송으로 공개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고, 투입되는 사업비에 비해 그만한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도 작용했다.
8대 의회에서도 도입 전 의원 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가운데 수 개월간 숙의 과정을 거쳐 결국 도입을 확정했다. 의회가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심의 과정을 그대로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에 의원들의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생방송 시스템을 소개해달라.
지난해 4월 10일부터 5월 20일까지 총 4억 원의 예산을 들여 생방송 중계 모듈과 본회의장 및 상임위, 대회의실에 HD급 카메라와 음향 장비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이후 방송 시스템의 최적화 검증을 거쳤고 6월 255회 임시회 기간 중 청내 송출과 이틀 간 외부 중계를 성공적으로 실시했다. 또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하며 운영상 편이성을 높이기 위해 발언자 마이크와 방송 카메라가 자동으로 연동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의회 인터넷방송 홈페이지의 스트리밍 플레이어를 고성능 프로그램으로 교체하고 스트리밍 및 VOD 서버도 새로 마련했다. 여기에 회의 영상과 활자 텍스트가 함께 구현되는 영상 회의록 시스템도 선보여 과거보다 진일보한 사용자 환경을 조성하는 데 신경을 썼다.
-주변의 평가는 어떤가.
아직 정착 단계이긴 하지만 확실히 변화가 있다고 본다. 시민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의회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공무원과 언론인 등을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시청자가 의회 생방송을 시청한 것이 기록으로 확인되고 있다. 녹화분에 대한 시청까지 포함하면 괜찮은 성적표라고 본다.
동료 의원도 회기를 준비함에 있어 상임위 생중계 시행 전보다 더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이는 공직자도 마찬가지다. 과거보다 더 공부하는 의원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사업에 대해 한층 더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무엇을 묻고 답하는가, 그에 따른 결론은 무엇인지 등 상임위 방송에는 이런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생방송 이후 편집된 녹화분에는 회의록 텍스트까지 붙는다. 시민이 관심만 갖는다면 우리 지역의 정책이 어떻게 바뀌고, 시 재정이 어떻게 쓰이게 될지 확인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된 것인 만큼 긍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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