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가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주민숙원 사업인 ‘반월천 산책로 조성공사’를 실시하면서 수생생물의 이동 수단인 어도(魚道)를 확보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안산시에 따르면 시는 총 3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상록구 반월동에 소재한 반월저수지에서 건건천까지 3.5㎞ 구간에 ‘반월천 산책로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6월 착공, 오는 6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시는 총 3.5㎞ 중 건건천~팔곡 3교까지 1.12㎞ 구간 공사를 우선 조성하고, 향후 경기도의 하천기본계획 정비용역 하천구역이 확정ㆍ고시되면 나머지 구간에 대한 공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공사가 완료되면 기존 건건천에 조성된 1.18㎞의 산책로와 반월저수지까지 3.53㎞의 산책로가 연결돼 반월동 주민들의 건강증진은 물론, 안산시의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시가 폭 3m가량의 하천 바닥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수생생물 등의 이동 통로인 어도를 조성하지 않은 채 바닥을 수평으로 조성, 생태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산책로 공사가 진행되는 반월천 상류부분 역시, 갈대습지와 연결된 하류부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지 않아 수생생물들의 생존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어도는 어류뿐만 아니라 갑각류 등 수생생물의 상ㆍ하류 간 이동성 확보로 생물 및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환경단체에선 반월천에 물을 모을 수 있도록 하천 중간 중간 부분에 수중보를 설치, 수생생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단체 소속 A씨는 “산책로 조성은 환영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생태계까지 파괴하면서 강행하는 사업은 수정돼야 한다”며 “오랜 주민 숙원사업인 만큼, 사람 중심이 아닌 생태환경 중심의 산책로가 조성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안산시 관계자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어도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시 한번 어도를 확보할 수 있도록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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