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말하는 ‘코로나 극복기’] 자기주도 능력 키우자

코로나19 여파로 초•중•고등학생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으로 새 학년을 시작하게 된 가운데 도내 교사들의 온라인 수업 시범운영이 한창이다. (사진 왼쪽은) 수원 고색고와 삼일공고 온라인 수업 모습. 윤원규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초•중•고등학생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으로 새 학년을 시작하게 된 가운데 도내 교사들의 온라인 수업 시범운영이 한창이다. (사진 왼쪽은) 수원 고색고와 삼일공고 온라인 수업 모습. 윤원규기자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쳤다. 2020년 대한민국의 시계는 ‘코로나19’를 가리키고 있다. 우리는 아직 추운 겨울에 머물러 있지만 우리 곁엔 이미 ‘봄’이 자리하고 있다. 생명이 기지개를 펴는 봄, 많이 이들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과 공동체를 위한 연대와 협력은 전 세계가 한국의 방역체계를 주목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고 빠른 시일 내에 이 국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특히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함께 교육계도 코로나19의 영향권에 접어들었다. 재택근무와 학생없는 학교에서 3월을 보내고 4월 개학을 손꼽아 기다리며 온라인 수업 준비가 한창인 경기도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의 3월과 봄 이야기를 들어봤다.

 

개학 연기 초유의 사태 온라인 학습공간 관심을

올해 신풍초등학교로 옮기면서 2월 중순부터 이곳으로 출근했다. 낯선 학교, 낯선 선생님들과 만나 어색할 새도 없이 교육과정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담임교사 발표에 이어 반 배정, 업무분장 발표, 학년 업무 배정, 교실 재배치, 학교 운영 방식 결정 등 많은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위해 필요한 것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교실에 있는 책걸상 수를 맞추거나 학급 환경을 새롭게 하면서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당시만해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조금씩 늘어난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3월2일 개학을 예상하며 교직원 모두가 새 학년 준비에 집중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전염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1차 개학 연기가 발표되고, 추가로 2차, 3차에 걸쳐 개학이 연기되는 등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학교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계획과 지침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황을 예상하며 여러 가지 준비를 해나갔다.

학교에서는 긴급 대책반을 구성해 방역 및 감염 예방, 긴급 돌봄교실, 온라인 학습, 재택근무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또한 학부모와 학생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를 안내하기 위해 홈페이지, e-알리미, 문자 등을 활용했다. 학생들과 직접 만나서 했던 활동들이 이제는 전화나 인터넷 등을 통해 대부분 이뤄졌다. 교직원 간 소통도 주로 SNS로 하는 경우가 더 빈번해졌다. 업무와 소통방식의 무게중심이 기기를 통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얼굴을 본적도 없는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여러 가지 내용을 안내하기도 했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는 했지만 소통을 위한 중요한 수단임은 분명했다. 또한, 휴업이 장기화되면서 학부모와 소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이를 위해 전화로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맥락을 같이해 휴업 기간 중 학습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라인 학습이 이뤄져왔다. 대면 수업방식에서 비대면 수업방식으로 전환인 것이다. 기존에 구축된 학습사이트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소개하는 정도에서 발전해 교사 관리형으로 전환하면서 대다수 선생님들은 온라인 학급을 개설하고 학생들은 이에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은 드넓은 인터넷 공간을 서핑하며 자유로이 여행할 시간이 많아졌다. 상당히 짧은 기간에 코로나19라는 강력한 외적 요인에 의해 교육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이 변화에 도전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이럴 때 우리 모두가 소중하게 여기는 중요한 교육의 의미가 제대로 공유되고 있는지, 우리들이 제공한 학습 공간에서 아이들이 바람직한 배움을 경험하고 있는지 좀더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할 것이다.

수원 신풍초등학교 교사 김태희

위기는 또 다른 기회 목표 세워 스스로 공부

교사들의 요즘 생활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개학했을 때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올 수 있도록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미리 방역작업을 하고, 개학했을 때 코로나19 대응 안전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학교 상황에 맞춰 지속적으로 회의를 통해 학생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둘째, 학생들이 가정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학생들의 학습을 위한 자료들을 올리고, 유튜브나 EBS의 좋은 강의사이트를 찾아서 학생들에게 소개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실제로 학습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셋째, 공문 등 학교 업무를 하고 있다. 현재 학교는 교육청과 교육부에서 이전보다 훨씬 많은 공문이 오고 있다. 코로나19는 학교 현장에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기구나 새로운 매뉴얼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계획을 세우거나 기구를 만들고 또 새로운 교육을 원하고 있다. 이런 모든 것을 계획을 세워 보고하고 있다. 학교와 교사들도 처음 있는 요즘 상황이 매우 당황스럽다. 담임이 됐는데도 아직 학생들의 얼굴을 보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다. 더불어 무엇보다 학생들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게 잘 생활하고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네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는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키워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학습을 ‘배울학’과 ‘익힐 습’으로 나눌 때 학교에서 배우고 또 학원 가서 배우는 ‘학학학’만 하고, 배운 것을 익히는 ‘습’이 부족했다. 어차피 학교와 학원을 가지 못한다면 나름대로 목표를 정해서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키우기를 바란다. 둘째로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교사를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독서를 많이 하는 학생은 상위학년으로 갈수록 성적이 많이 상승한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독서를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지식뿐만 아니라 지혜를 준다. 이 기회에 꼭 목표를 정해서 독서를 해보기를 권한다. 셋째, 사회적 거리두기 뿐 아니라 스마트미디어와 거리두기를 실천해보라는 것이다. 잠자리에 스마트폰 두지 않기, 스마트폰 사용시간 줄이기 등을 실천해본다면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훨씬 보람있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에 대한 관심과 따뜻함을 가졌으면 좋겠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자기의 어려움만 불평하기보다 생계마저 위협받는 사람과 격리당한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회는 결국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관심들이 그 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한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는 말이 있다. 위기를 위기로만 지내기보다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고 그 시간을 잘 활용해서 2020년이 오히려 나를 성장시키는 소중한 한 해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안양 인덕원중학교 교사 강정훈

 

마스크·손소독제 등 준비 각자 자리서 묵묵히 노력

나는 보건교사다. 만약 이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코끝 시린 3월에 학교 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입으로는 ‘바빠, 바빠’를 외치며 학교를 뛰어다닐 그런 평범한 교사였을 것이다.

조짐은 2월부터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월 초에 학기 말 정리를 하느라 개학을 한 아이들에게 중국 어느 곳에서 알 수 없는 감염병이 돌고 있으니 제발 마스크 쓰자며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손에 쥐어 줄 때도, 새 학기를 준비하기 위해 전입 교사들까지 모여 연수를 할 때만 해도, 마스크 잘 쓰고 손 잘 씻고 날이 따뜻해지면 우리의 일상은 늘 그렇듯 삶이 평온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나의 경험치가 ‘이 정도는 견뎌낼 수 있을 거야’라고 근거없는 믿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은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환자들이 급속도로 증가했고 감염자들이 퍼져 있는 지역들이 늘어났으며 그 근본 없는 감염병은 이제 전 세계에 퍼져 이 지구를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새 학기가 되고 교육경력 25년으로도 경험해보지 못한 ‘개학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으며 그 후로도 두 번이나 개학이 연기됐다. 어느 토요일 저녁, 교육청에서 대구 지역에 필요한 마스크를 좀 마련해서 먼저 보내자는 연락이 왔을 때, 부랴부랴 학교 마스크를 챙겨 교육청으로 가지고 가던 그 밤, 그 밤은 좀 무섭고 외롭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학교에 아이들이 없어도 곧 학교에 올 아이들을 생각하며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까봐 걱정에 떨면서도 일상으로 돌아올 아이들을 만날 준비를, 교사인 우리는 한다.

아이들을 감염병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구할 수 없는 마스크를 구해보려고 이리저리 연락하고 인터넷을 뒤지고 열화상 카메라, 손소독제, 교실소독제 등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뒤지고 찾아내며 준비하는 우리, 매일 수백개의 연락과 공문으로 지치더라도 혹시 내가 놓치는 정보가 있을까 찾고 질문하고 만들어 내는 우리, 등교할 때의 아이들, 교실에서의 아이들, 급식실에서의 아이들을 상상하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며 어쩌면 우리가 준비한 것 이상으로 개학의 현장은 더 비장함이 흐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약간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각자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많은 우리들이 있고 그들과 같이하기에 힘이 들지만 이겨낼 자신이 있다. 일하다 문득 보니 학교 화단에 목련이 환하게 피어 있다. 아이들과 소소하게 그 꽃의 낭만을 함께 나누고 싶다. 곧 평온한 일상이 올 것이다.

성남 수내고등학교 교사 서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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