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준의 잇무비] '비행', 언더독 청춘들의 숨가쁜 질주

영화 '비행' 포스터. 아이엠
영화 '비행' 포스터. 아이엠

감독: 조성빈

출연: 홍근택, 차지현, 장준현, 윤정욱, 종호 등

줄거리: 오직 돈만이 새로운 삶을 보장한다는 믿음으로 비행을 꿈꾼 두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두 청춘의 숨가쁜 질주

근수는 목숨걸고 북을 탈출했지만 양아치 지혁과 더럽게 엮여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혁은 근수가 마약 운반책임을 알게 되고, 수억 원어치의 마약을 함께 빼돌리자고 꼬드긴다. 오직 돈만이 새로운 삶으로의 비행을 허락한다고 믿는 두 청춘은 싯가 20억의 4kg 필로폰으로 인생 역전을 할 수 있을까. 영화 '비행'은 숨통을 조여 오는 긴장감과 속도감 넘치는 극적 구성 아래 2030 세대가 마주한 어둡고 적나라한 현실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신예 조성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청주대학교 영화과 졸업작품이기도 한 '비행'은 날아오르기 위해 잘 못된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두 청춘의 숨가쁜 질주를 통해 깊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찐 언더독' 홍근택X차지현이라는 원석

'비행'의 두 주연 배우인 홍근택과 차지현은 신인의 패기 말곤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찐 언더독'들이다. 낯선 얼굴과 전무한 인지도는 오히려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장점이 됐다. 신인 답지 않은 내공의 연기력으로 영화에는 리얼리티를 더했고, 단숨에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힐 수 있다. 홍근택은 실제 탈북민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만큼 고난도의 북한 사투리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그는 이를 위해 평양냉면 가게, 치킨집 등 탈북민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 하며 북한 사투리와 언어, 습관 등을 습득하는 오랜 노력을 기울였다. 전문적인 연기 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차지현은 중국집 배달 아르바이트부터 호주 이민센터까지 직접 발로 뛰며 '지혁' 캐릭터의 디테일을 만들어갔고, 덕분에 보다 리얼한 연기가 나올 수 있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원석 홍근택과 차지현은 어쩌면 올해 놓쳐서는 안 될 뉴페이스들일지도 모른다.

치열한 취재로 완성한 마약 범죄의 세계

'비행'이 그리는 마약 범죄는 꽤 디테일하다. 껌통을 이용한 거래는 물론, '빙두'와 '얼음'이라는 낯선 단어도 등장한다. 이처럼 기존 상업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은 모두 위험을 감수한 조성빈 감독의 치열한 취재 끝에 나올 수 잇었다. 경찰서 마약 수사과를 찾아갔던 조 감독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돼 있다고 판단해 직접 발 벗고 나서 마약상들을 찾아다녔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는 범죄자들이기에 취재 과정은 녹록지 않았고, 쓰디쓴 실패의 맛도 봐야 했다. 그러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고해성사 하듯 줄줄이 이야기하는 한 인물을 만날 수 있었고, 그의 도움을 받아 보다 세밀한 디테일을 완성해갔다. 치열한 취재로 촘촘하게 구성한 스토리는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사건들과 함께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펼쳐지며 영화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개봉: 3월 19일

장영준 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