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강력한 호감과 신뢰, 믿음을 얻는 방법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불안한 존재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전적으로 부모에게 생존을 의지한다. 그래서 배고프면 운다. 우는소리를 내야 엄마가 달려와 생존과 관련된 배고픔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이때 아기는 배고픈 기간 불안에 시달린다. 이런 불안은 생존에 대한 위협을 느껴 발생하는 불안이므로 매우 강력한 감정을 유도한다. 따라서 아기가 필요한 부분을 시기적절하게 채워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기적절하게 잘 채워지면 아기는 편안함을 느낀다. 이런 편안함은 자신에 대한 만족도로 이어져 자존감이 올라간다. 또한 주변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져 세상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신뢰된 감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를 기본적 신뢰(basic trust)라고 한다.

이런 기본적 신뢰는 아기의 향후 심리적 발달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밑천이 된다. 대개 생후 1년간 형성되는 과정으로 사람이 3세 이전은 기억을 못하기 때문에 이런 기본적 신뢰는 매우 무의식적인 공간에서 역할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기본적 신뢰는 아기가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느끼는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단지 인정받고 사랑받는 영역이 아닌 생존 아니면 소멸의 일촉즉발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생존에 대한 안심이 되어야 다음 단계인 인정받고 사랑받고 성공에 대한 자신감으로 연결된다.

지금 대한민국을 덮은 코로나19 사태는 바로 국민에게는 생존에 대한 영역이다.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다.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지역별로 계속 확진자가 나오니 다음은 내 차례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공포감까지 느끼게 한다.

이럴 때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기본적 신뢰를 형성하는 시기로 퇴행한다. 지금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는 아기 때 느낀 소멸에 대한 공포의 재현이다. 공포는 인간을 힘들게 하는 매우 강력한 감정이다. 지속하는 공포는 분노의 감정으로 연결된다. 공포를 계속 느끼게 하고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향하는 분노는 필연적인 이차감정이다. 이번 사태 초기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을 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대구에서 집단 감염이 번지자 방역에 대한 책임을 들어 현 정부에게 분노를 표현했고 신천지도 대상이 되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니 신체적 소멸에 대한 공포와 함께 사회적 도태 또는 소멸에 대한 공포까지 더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리더들이 나서야 한다. 리더들이 해야 할 부분은 국민이 느끼는 공포를 해소시키는 것이다. 국민이 느끼는 생존과 관련된 공포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포용하고 안심시켜야 할 문제이다. 불안해하는 국민을 위로해주고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가족들을 안아주어야 한다. 진심으로 아픔을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는 리더라면 무의식적 흐름인 기본적 신뢰가 그 사람에게 생길 것이고 국민의 마음을 얻을 것이다. 무의식적 신뢰는 어찌 보면 가장 강력한 신뢰이므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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