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미국 대통령 선거의 풍향계

아이오와 그리고 뉴햄프셔를 거치며 미 대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11ㆍ3 결전을 앞두고 공화당은 재선 전략에, 민주당은 백악관 탈환 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트럼프의 백악관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이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하면서, ‘미 국익 최우선주의’ 공약에 충실하였다는 자평 속에 현직의 프리미엄과 확실한 지지기반, 무위로 끝난 탄핵의 영향을 감안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군사작전 실패나 경제 불황 등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대부분의 현직 대통령이 어렵지 않게 재선에 성공해 온 전례에 비추어 트럼프의 8년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백악관에 도전할 민주당 후보는 트럼프를 밀어낼 본선 경쟁력이 중요하다. 젊지 않은 샌더스와 무명의 부티지지가 경선 초기에 선전하면서 직전 부통령과 여성 상원의원을 포함한 다수의 후보가 각축하는 가운데 예측 불허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공화당 진영에서는 유력 경쟁자가 없어 독주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양호한 경제 실적과 견고한 지지층을 배경 삼아 재선 낙관론의 무게를 더해 주고 있다. 히스패닉의 진출 확대와 진보의 물결로 위기의식을 느끼는 전통 백인층, 트럼프의 비도덕적 언행에도 낙태 반대만으로도 맹목적 지지를 보내는 종교적 보수주의자, 국익 우선주의로 인해 혜택을 보는 농업ㆍ산업 종사자들은 대통령의 앞과 뒤에서 “USA”와 “4년 더”를 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적으로는 충동적이고 비우호적인 스타일로 인해 근사한 평판을 얻지 못하고 있으나, 지지 그룹에게는 국익에 충직한 매력적인 인물로 각인되어 있다.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 금기시해 왔던 이슬람에 대한 적대감 표출,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이란 핵 합의 파기,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등 정치외교적 강수를 두어 오면서 핵심 지지층으로부터는 확실한 추진력을 평가받고 있다. 야당 지도자나 비판적 언론을 상대하는 국내 정치 무대는 물론 외국 지도자와의 양자회담, 다자 외교 무대 등 어떤 자리에서도 보수 기조와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일관성을 견지하고 있다. 보수 우파에게는 고집스럽지만 미 국익만 생각하면서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3년 전 힐러리 클린턴과 같은 충분히 강력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 것이 고민이다. 누구도 현직 대통령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현재의 중론이다.

지난달 뉴욕 타임스는 2명의 여성 상원의원이 유력 주자라고 선정한 바 있으나,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과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가 경선에서 얼마나 역주할지는 미지수다. 버니 샌더스는 79세의 나이와 심장질환의 병력에도 분전하고 있으며 최근 지지도가 반등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아이오와에서의 부상으로 주목받는 사우스벤드 시장 피트 부티지지는 참신성을 갖춘 젊은 정치인이 대통령 선거전에 자주 등장하는 민주당의 전통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진영이 원하지 않는 상대 조셉 바이든은 3ㆍ3 수퍼 화요일에서의 반전을 모색하고 있고, 초반 선거전은 생략하고 있으나 확실한 지명도와 최고의 선거자금력을 가진 마이클 블룸버그 역시 트럼프 측에 일말의 경계심을 던지고 있다.

민주당의 어느 후보가 본선에서 트럼프에 도전할 것인가. 디펜딩 챔피언인 45대 미국 대통령은 여유 있는 선거유세를 하면서 7월 이후를 기다리고 있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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