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입춘과 대보름을 맞이하며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도 지나고 이제 24절기(節氣) 중 첫째 절기인 입춘(立春)을 맞이하니 비로소 봄이 시작된다. 물론 아직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고 본격적인 봄은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얼어붙은 땅 아래에서부터 봄을 준비하는 기지개가 시작되었고 또한 휘영청 달 밝은 대보름도 이어지니 이제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할 채비를 할 때가 되었다.

농경사회에서 지켜지던 절기(節氣)는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의 삶과 멀어지고 잊혀졌지만 그래도 생활 속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으니, 입춘이 되면 한 해의 소망을 담은 입춘첩(立春帖)을 써서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인다. 그 내용을 보면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 ‘우순풍조 시화년풍(雨順風調 時和年豊)’,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 등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입춘 절식이라 하여 궁중에서는 오신반(五辛盤)을 수라상에 얹고, 민간에서는 세생채(細生菜)를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었으니 결핍되었던 신선한 채소의 맛을 보며 겨우내 웅크렸던 몸에 새로운 활력을 주었다.

대보름에는 풍요를 상징하는 만월을 보며 새해를 맞이하였으니 절식으로는 오곡밥과 나물, 복쌈, 부럼, 귀밝이술 등을 먹으며, 달집태우기를 비롯해 지신밟기, 별신굿, 기세배(旗歲拜), 쥐불놀이, 오광대놀이 등의 제의와 놀이를 즐겼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준비하기 전 흥겨운 마을잔치로 단합을 도모하고 풍요를 기원하였다.

이처럼 새해를 맞이하며 마을 공동체의 번영과 집안과 개개인의 소원과 다짐을 하며 한해를 준비하였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다양한 계획과 다짐을 하며 새해를 시작한다. 하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처럼 이를 꾸준히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초심을 잃지 않고 한 해 동안 다짐을 지킨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도에 잠시 멈추더라도 다시 시작한다면 중도에 포기한 사람보다는 좋은 결실을 볼 것이다.

습관을 바꾸려고 21일간의 반복적인 노력과 적응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것은 ‘쑥과 마늘’을 가지고 어두운 동굴에서 삼칠일을 인내한 곰은 사람으로 변신하고 이를 참지 못하고 뛰쳐나온 호랑이는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단군 신화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데 과거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내 몸에 체화하려면 인내와 분발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익숙하고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혁신(革新)은 불편함과 동시에 낯선 것이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따르는 고통일 수 있다. 상나라의 시조인 탕(湯)왕은 세숫대야에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글을 새겨놓고 매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미리 작심삼일을 걱정하거나 중도에 실패했다고 포기하거나 그만둘 일이 아니라 다시 이를 악물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작심삼일이 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사와 준비를 거쳐 하나씩 차근차근 진행한다면 시간이 지나 소기(所期)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벌써 한 달이 지난 것이 아니라 아직 열한 달이 남았다. 새해의 다짐을 떠올리며 몸과 마음을 리셋하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딱 좋은 때가 바로 지금이다.

한덕택 서울남산국악당 상임예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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