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의를 반영해야 하는 것이므로 올바른 민의가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 마련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연령대의 사람들이 투표권을 행사해도 국민의 총의가 제대로 반영된다면 일정 연령이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도, 제한된 일부 연령대의 사람들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것도 문제될 일은 아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바른 정치가를 뽑는 데 어떤 연령대의 사람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최선일지는 논의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선거에서 늘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말한다. 판단력이 갖춰진 유권자들의 선거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0대 청소년들의 판단력이 성인들보다 못하다고 말할 수 없으니, 선거연령은 좀 더 낮추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일부 청소년들의 판단력에 우려할 점도 있겠지만, 기존유권자들의 판단력도 완전하여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올바른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을 규정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대의민주주의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며 무늬 이상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평도 많다. 선거제도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이라 하지만 그간의 행태를 보면 현재의 모습은 기득권자들의 기득권 쟁탈에 국민이 동원되어 기득권을 법적으로 인정해주는 제도처럼 변질되어 있다. 대의기관의 막강한 권한 탓에 당선만을 위한 혼탁한 선거가 이어지고 있어, 대의민주주의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를 위해 일 잘하라고 뽑는 선거가 포퓰리즘, 흑색선전, 맹목적 추종 등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며 바람직한 정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이 늘 우매한 집단이 되고 마는 것이 현 대의민주주의의 결과이다. 모든 국민은 후보자에 대한 바른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만들어진 선전에 의해 이미지로 선택을 하고 마는, 어찌 보면 초등학교의 반장 선거만도 못한 정보공유로 치러지는 것이 공직선거의 현주소이다.
선거의 전제조건이 훌륭한 사람을 뽑는 것이라면 국민 모두가 선거에 참여하는 방법만이 최선이라 할 수는 없다. 적절한 연령대의 사람들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과열과 분열을 막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간접선거도 고려해볼 문제이다. 오천만 인구에 천명의 여론조사에도 신뢰를 말하는 시대이다. 이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선거에 참여해야 제대로 된 민의를 반영할 수 있다는 논리와 배치되는 모습이다. 선거연령 문제가 그저 권력쟁취를 위한 진영논리여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정치가가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권력이나 권한이 없이, 국민을 위해 힘들게 일하고 봉사하는 그런 자리가 된다면,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지금처럼 첨예하게 대립할 리도 없고, 선거연령층의 확대문제도 제기되지 않을 것이다. 객관적 기준에 의해 상식적인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공정한 사회가 실현된다면 비용만 드는 선거연령의 확대는 불필요할 것이다.
15세 청소년이나 백세의 노인도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참여하여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행복하고, 경로사상으로 노인들이 공경 받는 사회가 건설된다면, 일부 정해진 연령층의 선거에 의해 만들어져가는 사회를 차분히 지켜보며 음미해 보는 것도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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