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 주름성형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은 대부분 ‘젊게’ 만들어 달라고 하며, 동시에 ‘자연스럽게’ 만들어 달라고 한다. ‘젊게’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서 ‘청소년기의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자연스럽다’는 표현은 ‘어색하지 않다’ 고 이해하며 수술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우리말에 자식에 대한 애정을 표현할 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부모의 보살핌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아기들은 어느 누구도 감히 해치지 못할 만큼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태어난다. 어머니들도 아기의 외모에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즉 매력적인 외모의 아기들은 어머니의 애정을 많이 받는데 반해 못생긴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냉대를 당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에 의하면 실제로 학대 받는 아이의 상당수가 매력적이지 못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아기답지 못한 얼굴이 보호와 보살핌이라는 어른의 자동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에서만이 아니라 보살핌이 필요한 동물의 새끼들도 나름대로 특별한 표시를 가지고 태어난다. 동물학자 제인 구달(1934~ )에 의하면 아기 침팬지들은 하얀 꼬리털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표시를 가지고 있는 한 어른침팬지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아기들을 대할 때 커다란 눈, 부드러운 피부, 포동포동한 뺨과 작은 코 등 아이들이 가지는 특성을 선호하며, 아이들이 성장과정을 통하여 성인이 되어서도 이러한 특성을 지닌 미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별히 예쁜 여성들은 보통의 여성들에 비하여 이와 같은 아기의 특징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위와 같은 진화론적인 관점에 반하여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미를 살펴보는 상반되는 의견도 있다.
폭풍으로 죽은 새를 조사해보면 평균치보다 크거나 작은 날개를 가진 새들이 월등히 많다고 한다. 폭풍 속에서 살아남은 새들은 평균치의 날개 크기를 가지고 있어서 최상의 비행능력으로 생존하였다는 것으로 설명된다. 사람의 경우에도 평균치의 체중을 가지고 태어난 신생아의 생존율이 높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신체의 특성 중 최적의 것이 바로 평균값이라고 생각된다.
일산의 한 대학병원 성형외과에 근무하던 고 이승철 교수는 2011년 컴퓨터작업을 통하여 유명 연예인들의 디지털화 된 사진과, 이들의 평균값을 구하고 이를 토대로 합성사진을 만들었다. 설문조사를 통하여 개개인의 얼굴보다 평균화된 얼굴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두세 명의 얼굴을 합성한 것보다 40∼50명의 얼굴을 합성한 인물이 나아 보였다. 합성된 인물보다 나아 보이는 경우는 아주 소수였다.
개성을 추구하고 독창성에 환호하는 현대인에게는 다소 의외였겠지만, 현대인의 미적 취향은 평균치, 즉 형태의 평균치를 선호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합성사진의 숫자를 늘릴수록 형태는 점점 더 평균치에 근접하게 된다. 우리는 잘생긴 얼굴을 보고 ‘평균적’ 이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평균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슈퍼모델의 얼굴은 평균적인 수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어린 모습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평균적인 모습을 선호한다.
주름성형수술을 받고 ‘어색하다’고 하는 환자들이 많다. 주름이 펴져서 ‘젊어지기’는 하였으나 ‘자연스럽’지는 않다는 뜻이다. 즉 아이의 특성으로 회복되었지만, 다수의 ‘평균치’에서는 벗어난다는 뜻일 것이다. 주름을 펴보아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주름이란 정녕 세월이 우리에게 준 선물일 것이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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