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경제현안 조사연구 밑천… 미래 먹거리 전략 짤 것”
“경기도 경제 현안에 대한 조사연구를 강화해 지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습니다” 은행의 은행이자 정부의 은행인 한국은행. 한국은행은 화폐 발행은 물론 유동성을 공급하는, 즉 우리나라 돈의 양을 조절하는 한국의 중앙은행 겸 발권은행이다. 뿐만 아니라 지급결제, 조사 연구 및 통계, 외환, 금융감독 등의 업무를 통해 돈의 흐름을 조절하며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8월 한국은행 지역본부 중 규모가 가장 큰 경기본부의 수장으로 취임한 정유성 본부장(55)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누구보다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경기도가 한국 경제의 축소판인 만큼 지역 경제의 동향을 파악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다. 우리 경제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정 본부장. 그를 만나 한국은행이 바라본 경기도 경제 현안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Q 취임한 지 100여 일이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를 이야기해달라.
A 취임한 지 불과 100여 일이 지났는데 그동안 대내외 경제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대내외 여건이 변화하는 가운데 경기도의 경제동향을 파악하고 분석하느라 분주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 자동차, 반도체 등 경기도 주력산업에 대한 조사연구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고, 지역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또한, 경기도 경제에 대해 높은 식견과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시는 지역 내 많은 전문가분을 만나 뵐 수 있었다. 그동안 축적된 연구역량 및 경험을 토대로 지역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지역사회에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경제현안을 분석하고 정책제언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
Q 글로벌 경제 흐름에 영향을 받아 국내 실물경제도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향후 경기도에 미칠 영향과 전망은.
A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낮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는 소비와 투자 모두 부진한 상황이고, 수출도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냄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크게 둔화했다.
경기도 경제는 이러한 우리 경제 전체의 흐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 주력 제조업인 반도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등 IT 제조업이 글로벌 경기 부진 및 수요 위축으로 수출과 생산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전체 제조업의 수출과 생산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 경기지역의 제조업이 글로벌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임을 고려하면 세계 경제가 산업생산과 교역량 위축으로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도 지속하고 있어 향후 경기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IMF 등에 따르면 내년 세계 경제가 점차 회복되고 글로벌 반도체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지역 경기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가계부채 누증 및 고용여건 개선 지연 등으로 민간 소비가 여전히 미약한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향후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하방위험이 재차 부각될 경우 지역 경기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
Q 경기지역 핵심 산업인 반도체가 미ㆍ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여건 악화로 부진하고 있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A 글로벌 주요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2017∼2018년 중 설비투자를 크게 확대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던 수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수년간의 반도체 경기 호황이 마무리됨에 따라 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나타났으며, 그 결과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한,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미ㆍ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도 반도체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일본의 수출규제가 우리 기업의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기존 보유 재고 등을 감안할 경우 생산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일본이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주요 장비 및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보다 강화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업체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절반을 상회하는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일본이 주요 전방시장을 스스로 잘라내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업계는 일본의 제재 발표 이후 대체 조달처 확보, 국산화, 자체 개발 등의 다변화된 방식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반기 들어 가파른 하락세를 멈추고 안정세로 전환되는 등 수급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0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침체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국내업체의 수출여건도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ㆍ중 무역분쟁이 심화하고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경우 수출 확대 폭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Q 경기도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 및 산업구조를 제언한다면.
A 그동안 경기도 경제를 견인해 왔던 주력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의 제조업인데 이들 분야에서 중국의 부상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제조업의 고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경기도의 주력산업 성장에 상당한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앞으로 기존 주력산업의 구조 고도화와 신산업의 육성, 이 두 가지 전략을 병행해 추진함으로써 경기도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기존 주력산업의 구조고도화를 위해서는 특정 제품뿐만 아니라 소재ㆍ부품ㆍ장비를 포함하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R&D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또한, 바이오, 에너지, 로봇 등 향후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산업을 육성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기업의 생산활동에 도움을 주는 생산자 서비스업의 활성화도 중요한 과제다. 우선 연구개발 선도지역으로서의 경기도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연구개발 이외에 디자인, 마케팅, 컨설팅 등 전문 사업서비스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또한, 벤처캐피탈 등 벤처금융 활성화를 통해 벤처생태계의 활력을 제고해야 한다. 이처럼 생산자 서비스업이 활성화되면 특히 자체 역량이 부족한 창업기업 등 중소기업의 혁신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Q 지역 경제 활성화의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타 은행과의 소통 및 연계가 중요할 것 같은데.
A 경기지역은 국내 여타지역에 비해 경제규모가 크고 산업구조도 복잡해 경제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국은행 경기본부는 은행 등 지역 내 금융기관, 기업체 및 산업단체 관계자와의 정기적 간담회를 통해 경제상황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또한, 지역경제 현안 등에 대한 경기본부의 조사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 8회 정도 지역경제세미나, 금융인포럼, 지역경제연구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지역 내 금융기관 및 기타 유관기관 등과 지역 경제상황에 대한 문제의식과 인식을 공유하고 정책 공조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경기신용보증재단 및 은행 등 금융기관과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개최해 경기지역 중소기업 자금사정, 효과적인 중소기업 금융지원방안 등을 논의하는 등 업무협조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한국은행 경기본부는 경기지역 소재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위해 1조 13억 원의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 자금은 은행이 지원대상 중소기업에 대해 우선 자체자금으로 대출하면, 한국은행이 동 대출실적의 일부를 은행에 저리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11월 기준 자금을 지원받는 중소기업은 약 2만 4천 개사, 은행의 중소기업대출금은 약 5조 원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대내적으로는 성장잠재력 저하, 고용여건 개선 지연, 가계부채 누증 등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부진, 보호무역주의 강화,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많은 어려움과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지역경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지속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한국은행 경기본부는 다양한 지역경제 현안에 대한 조사연구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또한, 원활한 화폐 공급과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충실히 수행해 은행 등 금융기관과 중소기업의 애로를 줄여나가는 한편, 경제교육의 내실화를 통해 지역주민의 경제의식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하겠다.
김규태ㆍ홍완식기자 /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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