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꿈은 이루어진다

인구 5만 명에 불과한 일본의 소도시에 연간 이용자가 100만 명에 육박하는 도서관이 있다. 이 중 40만 명은 외지로부터 찾아온 이용자라 한다. 사가(佐賀)현 다케오(武雄) 시립도서관이 그곳이다. 도서관 안에는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스타벅스 매장이 입점해 있고 자유롭게 열람실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일부 열람석에서는 자유롭게 대화도 할 수 있다.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생활과 밀착된 복합적인 커뮤니티 공간인 셈이다.

이 도서관이 이렇게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민간의 파격적 아이디어와 운영 능력이다. 일본 최대 DVD 대여업체인 쓰타야(屋)가 2013년부터 위탁 운영 맡아 평범한 공립도서관을 획기적으로 변신시켰다. 이 탓에 지역의 경제가 20% 상승하고 숙박업소도 늘었다고 한다. 이렇듯 소도시의 변신을 주도한 사람은 히와타시 게이스케(渡啓祐ㆍ49) 시장이다. 도쿄대 출신 중앙부처 공무원이던 히와타시는 2006년 당시 최연소 민선시장에 당선된 후 “민간의 힘을 활용해 활기 넘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꿈을 꾼다. 도서관은 물론, 적자가 누적된 시립병원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새로운 교육정책을 통해 젊은이들이 매력을 느끼도록 함으로써 일본 내에서 가장 이주를 원하는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물론, 초기에는 공공영역을 상업화한다는 이유로 반발도 거셌지만, 결과적으로 적자를 해소하고 경쟁력 있는 병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이것은 한 젊은 리더의 의지와 비전이 얼마나 세상을 살맛 나게 변화시키는지를 말해주는 사례이다.

지난달 29일 의정부시에는 ‘미술도서관’이라 명하는 새로운 공간이 건립됐다. 민락지구 신도시에 조성된 이 도서관은 명칭 그대로 미술전시실과 미술 중심의 도서를 갖춘 이색적인 도서관이다. 총 20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전체면적 6천565.20㎡,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완공된 이 도서관은 조형미가 강조된 건축설계를 자랑하고 있다. 개관식에는 수원 출신의 신사실파 작가로서 말년을 의정부에 거점을 두고 활동했던 고 백영수 화백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타지역의 공립미술관장이 기증한 2천여 점에 달하는 고가의 해외미술 전문서적이 기증실을 장식하고 있고 3층엔 작가들을 위한 창작 스튜디오도 마련되어 있어 미술관과 도서관이 융합된 복합공간이다. 그런데 개관식의 환영사에서 밝힌 시장의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이 도서관의 건립은 열정적인 의지를 가진 담당 팀장의 노력과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뒷받침한 시장의 시정 철학이 어우러진 결과물이었다. 경기북부 인구 45만의 도시를 활성화할 방안을 모색하던 중 시장은 일본의 사례를 담은 팀장의 보고서를 접하며 꿈을 키웠다고 한다. 너무도 좋은 계획이지만 담당 팀장으로서는 설계비도 마련할 수 없는 열악한 의정부의 재정으로 언감생심 이런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지고 시장께 우려스런 보고를 하였는데, 시장은 예산을 걱정하는 팀장의 열정을 높이 사며 수년간 재정확보를 위해 노력하였다고 한다. 이 결과 건립비의 확보는 물론, 도서협동조합 등 관계 기관들이 도서를 기증하고 해외 도서관으로부터도 도서가 기증되는 등 예기치 못한 환상적인 일들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주민들의 삶과 밀착된 새로운 기능의 도서관을 조성하는 일에 비전을 가졌던 의정부시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이를 잘 운영하여 지속적으로 한국의 명소로 만들어 가는 일이 여전한 과제로 남지만, 시민들 중심에서 생각하고 끝없이 변화를 도모하는 깨어 있는 정신을 가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책상 서랍 속에 넣어 놓고 주저하고 있는 담당자나, 좋은 아이디어지만 실현불가능함을 미리 예단해 버리는 평범한 리더라면 꿈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자 지금 우리가 꾸는 꿈은 무엇인가?

김찬동 수원시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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