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공동체·연대의식이 전제가 되는 인권

매년 입시 때마다 찾아오는 동장군의 위엄 속에 지난주 수능시험이 치러졌다. 예전 학력고사 세대였던 필자는 사회적 신분 상승의 동아줄이었던 학력고사 시험 날 하루를 위해 몇 년 동안을 준비하며 고생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좋은 대학은 고액연봉의 직장을 보장하고 희망하는 주택 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좌우되는 폐단을 막기 위해 학업 외에 다양한 공동체 및 봉사활동, 연수 등의 경험 등이 근거가 되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학생들의 대학입학의 기회를 넓혀 왔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 스스로의 정보와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또한 부모의 정보력과 인맥과 경제력이 가장 크게 작용하게 됐고, 결국 시험보다도 용이하게 대학을 입학하게 된 통로가 됐다. 교육과 입시가 ‘부의 대물림’의 통로가 되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져 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우리 사회 큰 이슈가 됐던 조국사태를 보면서, 이를 자녀에 대한 빗나간 사랑으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강남에서 늘 일상적으로 행해져 왔던 일인데 운이 나빠서 걸린 일인지는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들이 있다. 부모의 소득에 따라 이백만원대의 월소득가정을 이백충, 삼백만원대 가정을 삼백충이라 부르고 거주지에 따라 월거지, 전거지라 부른다. 전거지는 전세 사는 거지를, 월거지는 월세사는 거지, 휴거는 휴먼시아에서 월세로 사는 거지, 엘사는 LH아파트에서 사는 거지를 일컫는다. 주거형태나 가계소득에 따른 혐오적이고 차별적인 말이다. 이런 현상은 부모들의 의식이 자녀들에게 자연스럽게 투영돼 나오는 말이며, 이러한 의식 가운데 같은 반 학우를 가정형편에 따라 차별 대우하거나 또래 집단을 형성한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라고 한다. 부모의 평소의 의식적 아니면 무의식적 행동과 말 등이 자녀의 의식으로 전이된다.

최근의 이슈가 되는 인권교육의 내용이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고찰해 봐야 한다. 우리 사회의 인권교육의 현주소는 개인의 침해받는 인권에 대한 지식과 개념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인권의 기본개념은 인간은 모두 소중한 존재로서 차이와 차별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는 개인이나 이해 당사자의 보호받아야 할 인권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다. 이에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배려하고 연대의식을 갖도록 하는 공동체가 전제가 된 인권교육은 빠졌다.

1등만 한다면 모든 게 용서가 되는 사회다. 그렇게 부모들이 자녀를 양육해 왔다. 그래서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부모가 되어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간다는 건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면 ‘왜 가정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야 하나요’라고 반문하면서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다. 하지만 그러한 사고를 갖게 만든 건 바로 우리 기성 세대다.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가르치지 못하고 무조건 1등만 하라고 가르친 어른들의 잘못이다. 지금이라도 인권의 진정한 가치인 모든 사람은 차이와 차별 없이 존엄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공동체와 연대의식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정희남 인천 노인보호전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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