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임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초대원장

"골목상권 구원투수 역량 발휘… 상가 휴·폐업 막을 것"

임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초대원장
임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초대원장

“태어날 때 자영업자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누구나 퇴직하면 언젠가 자영업을 해야만 하는 구조다. 이러한 사회 구조 속에서 경기도 상인들을 휴ㆍ폐업으로부터 지켜내겠다”

지난 1일 소상공인ㆍ자영업자ㆍ전통시장 지원을 전담하는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초대 원장으로 취임한 임진 원장의 각오다. 임진 원장은 민선 7기 경기도에서 처음 설립된 산하 공공기관이자 광역지방자치단체 최초의 소상공인ㆍ전통시장 지원 전담기관의 수장인 만큼 기대감을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임진 원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성남시장 재임 당시 성남시 상권활성화팀장을 맡아 모란개시장 환경정비, 성남시 상권활성화재단 설립 및 운영, 성남시 3대 공설시장 건립 추진 등의 성과를 냈으며, 경기도 정책개발지원단장을 역임해 이재명 지사의 핵심정책인 경기지역화폐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실제 자영업을 했던 경험자이자 상인의 아들로서 경기도의 시장상권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나선 임진 원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를 들어봤다.

-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 대해 설명해달라.

중앙정부가 중소기업벤처부 산하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운영한다. 시장상권 업무가 정부의 사무인지, 지자체 사무인지 살펴보면 지자체 사무다. 정부도 골목까지 온기가 전달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이건 정부의 사무가 아니다. 지방분권 차원에서라도 광역으로 업무를 이관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고, 시ㆍ군에서 더 의지를 갖고 할 수 있다. 27조 원의 경기도 예산이 있지만 그게 270조 원이 됐다고 해도 언제나 부족하다. 시장상권 업무가 지방사무가 되면 예산의 우선순위에서 있어서도 더 잘 담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은 경기도가 첫 번째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 신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행안부가 허가해줬을 리 없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업무가 같은데 왜 열어줬겠는가. (정부에서) 지금 당면한 문제에 대해 수습이 안 되는 거다.

- 경상원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나?

그간의 업무와 비슷할 것이다. 무엇을 목표로 하느냐가 다르다. 그동안 낯 간지럽게도 활성화ㆍ특성화라는 말을 서슴없이 책임도 못 지면서 쓰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설립 목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휴ㆍ폐업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휴ㆍ폐업을 반 토막 내고 싶다’는 말을 쓰고 싶다. 성남에서 상권활성화재단을 만들고 7년 가까이 운영했는데 30명이 일했는데도 휴ㆍ폐업률은 똑같았다. 저도 장사를 두세 번 접었는데, 16년 전인 29살에 죽 집을 3~4년 운영했다. 20대 때 벤처도 2~3년 해봤고, 부모님이 안양중앙시장에서 옷 장사를 하고 계시는데 공사장에서 노동하는 분들이 주고객이다. 성남에서는 10년간 근무했는데 자영업 업무를 주로 했다. 이런 경험에서 특별히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상인의 조직이다. 상인 한 명이 공무원에게 문제를 이야기하면 단순한 민원인데, 상인들이 모여 함께 주장하면 일반 민원에서 당당한 요구ㆍ주장이 된다. 그러면 뭔가 바뀐다. 이를 위한 수단은 교육이다. 상인 전체가 교육을 받아야지 한두 명만으로는 골목시장이 안 바뀐다. 경상원이 이걸 전담할 것이다.

 

- 상인들을 휴ㆍ폐업으로 지켜내야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나?

취업 포털에서 7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니 체감 은퇴가 51세고, 수명은 80여 세다. 날 때부터 상인은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젠가는 상인이 돼야 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나도 자영업을 해야 한다. 경제인구 중 25%가 자영업자다. 신분당선의 기사 없이 운전되고 있는 전철처럼 버스ㆍ택시 등 운전하는 기사가 사라지고, 기사식당이 사라지면 절반이 자영업을 하는 시대가 오게 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상인들을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을 혜민서로 비유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혜민서’(조선시대 의약과 치료를 맡은 관청)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도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이 폐업하기 때문이다. 70%의 사망률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암을 뛰어넘는 불치병이다. 그런데 정부의 지원방식이 간접지원 방식이다. 이것은 마치 영양제나 보조제와 같은데, 불치병은 그런 것으로는 못 살린다. 시장상권을 치료해야 하는 환자로 취급해야 한다. 상인들이 기분 나쁠 수 있지만 줄 것을 줘야지 그렇지 않고 망하면 수습이 안 된다. 그래서 일부러 혜민서라고 잡았다. 자영업자가 아프다는 전제 아래 혜민서를 캐치프레이즈로 잡아야 한다.

 

- 성남에서 시장상권 관련 업무를 했는데, 경기도를 무대로 어떤 각오로 임하고 있고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성남에서 했던 공정의 가치가 있다. 그게 옳다는 신념으로 연결됐다. 성남시에서 10년 동안 상인들과 동고동락했는데 부모님은 안양에서 장사한다. 안양에도 가치가 옮겨갔으면 좋겠다. 공정하면 도덕처럼 어려울 거 같은데 아니다. 누구나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지고 공정하게 싸우고 일한 만큼만 가져가고 싶다. 하지만 이것 자체가 안된다. 불법과 반칙이 통용되고 정정당당하면 바보 취급된다. 따라서 공정경제 가치를 실현하고 싶다. 거기에 수단적인 것이 지역경제와 골목경제다. 이는 지역화폐로 이뤄질 것 같다. 경기도는 인구도, 자영업자도 느는데 폐업률도 늘어서 이걸 바꾸고 싶다. 광주나 대전, 울산은 1년에 1만 명이 빠진다. 지역경제가 살지 못한다. 또 다른 관점에서 대기업과 영세자영업 간에 서로 방치되고 있다. 골목경제가 잘 안 돌아가는 거다. 대기업이 중형상점도 잠식하고, 편의점이 쫙 깔리며 수익의 40%는 본사가 가져간다.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다 용인됐다.

 

- 이런 현실에서 경상원이 펼쳐나갈 정책 혹은 사업은 무엇인가?

대통령도 함께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 분배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현장에 가면 갑갑하다. 그런 가운데 목표는 휴ㆍ폐업을 막고, 정책적 기조는 공간ㆍ조직에만 투자하는 것이다. 상인 한 명씩은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다. 계획은 골목에서 더 들어가면 세탁소 등 30여 개 상점이 모여 있다. 이들을 조직화하고 20~30대의 매니저를 붙여서 패키지를 제공한다. 선진지 견학, 마케팅 등을 6~9개월 하면 마을을 지킬 수 있다. 주거지 밀착 지역에서 상가마을 공동체가 함께 의지해 살아야 한다. 4개월여 만에 200개 조직을 만들었는데 만족도가 높다. 이런 사업을 키워가려고 한다.

 

- 성남시에서 경기도로 시장상권 업무를 확장하면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단 (경기도가) 너무 넓어서 힘들다. 도에서 정책단장을 하다가 여기 왔는데 가장 먼저 맡은 게 지역화폐였다. 지역화폐는 성남에서 10년을 했는데 종이로 했는데 여기서는 카드로 바뀌었다. 지류의 장점이 있다. 승수 효과다. 지역화폐를 사서 쓰면 아줌마가 야채상에게 쓰면서 돌고 돈다. 10억 원이 돌면 30억 원의 승수효과가 있다. 하지만 깡이 걸리고, 가맹점을 모아야 한다. 기본소득개념인데 빨리 지역화폐를 발행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수당도 나가고 공공산후조리비도 나가야 해서 지난해 중점적으로 진행했다. 31개 시ㆍ군 조례와 예산을 만들고 4월에 31개 시ㆍ군 모두 시작한 게 보람이 된다.

 

- 골목상권의 교육 이외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이제는 민간 주도가 어렵고 의사결정 정책 방향을 결정할 상인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권역별 센터를 현재 남양주, 광주, 시흥 정도 3군데서 출발시킨다. 우리는 소상공인을 위한 회의소를 만들려고 한다. 이 상인회의소는 어느 단체든 다 들어와서 경기도 정책ㆍ예산을 협의ㆍ조정한다. 시ㆍ군마다 2명씩 분과위원장이 된다. 모이게 되면 사익을 주장하는 일이 없이 민주주의가 작동할 것이다.

 

- 경상원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은 무엇이 있나?

직원들이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 직원들이 무시를 당하면 안 된다. 직원들이 마치 호텔리어처럼 대우를 받으면서 프라이드를 갖게 하고 싶다. 또 1일 임용장을 주면서 원장보다 높은 게 상인이라고 했다. 절대 그분들에 대해 하대하면 용납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정규와 비정규직 구별도 불허다. 다 같은 직원이다.

 

- 끝으로 경기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상에 날 때부터 상인은 없지만 언젠가 상인이 될 수밖에 없는 나라다. 상인이라는 별도의 종족이 존재하지 않는다. 상인이 곧 도민이고, 도민이 곧 상인이 될 수밖에 없는 나라에 산다면 우리가 99% 지킬 영역이 이 시장상권이다. 요즘 장사할 때 누가 박수를 치는가. 다 뜯어말린다. 월급이나 그냥 받으라고 한다. 도민이 집 근처에 있는 작은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을 자랑할 만한 것으로 만들고 싶다. 친구들이 오면 시장이나 가자고 하는 일이 생기도록 하고 싶다. 전통시장이 지역민의 자랑거리가 되게 해야 한다.

이호준ㆍ최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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