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준의 잇무비] '블랙머니',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

영화 '블랙머니' 포스터.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블랙머니' 포스터.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감독: 정지영

출연: 조진웅, 이하늬, 이경영, 강신일, 최덕문, 조한철, 허성태 등

줄거리: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막 가는 '막프로' 양민혁 검사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금융범죄 실화극.

자꾸만 론스타 사건이 떠오르는 걸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연출해온 정지영 감독이었지만, 이번엔 쉽지 않았다. 금융범죄를 다뤄야하는데, 경제라고는 아는 게 없었으니. 그래서 시나리오를 쓰는 데만 6년이 걸렸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공부량도 적지 않았다. 전문가에게 설명을 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탄생한 작품이 바로 '블랙머니'다. 영화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만들어 헐값에 인수해 2012년 하나금융에 팔고 떠난 일종의 '먹튀' 사건이다. 심지어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매각 절차 지연과 부당과세 때문에 5조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중재를 신청하기도 했다. '블랙머니'는 분명 '론스타 사건'을 떠올리게 하지만 정지영 감독은 정작 해당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정 감독은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가 직접 론스타 사건 영화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더라"라면서 "'이 사람이 범인이야'라고 나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범인이야'라고 추측을 할 수 있다"는 관전 팁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제 몰라도 이해하기 쉽게

사건 앞에서는 위 아래도 없고, 물불 안 가리는 서울지검의 문제적 검사 '양민혁'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가 자살하는 사건으로 인해 검사 인생의 치명적인 위기에 봉착한다. 오로지 누명을 벗어나기 위해 상부의 지시도 무시하고 수사를 펼치던 그는 피의자가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의 중요 증인이었음을 알게 되고 피의자의 죽음이 단순 자살이 아님을 직감한다. 금융감독원과 대형 로펌, 해외펀드 회사가 뒤얽힌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 '양민혁'은 막강한 권력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대한은행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변호사 '김나리'와 '적과의 공조'를 펼치며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간다. 여기서 '양민혁'은 관객을 대변한다. 이야기 전개는 긴장감과 몰입도를 위해 범죄 드라마 형식을 차용했다. 특히 정지영 감독은 관객들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사건에 대한 정보가 없고 경제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정 감독은 "경제 전문 검사가 아닌 일반 검사가 주인공이라면 관객들과 함께 사건의 진상을 알아가는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무모하게 들이받는, 막 가는 주인공에 의해서 영화의 속도감이 붙었다"고 전했다.

'대세 of 대세' 조진웅과 이하늬의 만남

스크린을 통해 만난 관객만 지금까지 1억여명이 넘는 배우 조진웅. 그간 출연한 작품들도 액션, 드라마, 코미디, 스릴러 등 그 장르도 다양하다. 수많은 작품을 통해 연기력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조진웅은 '블랙머니'에서 일명 서울지검 '막프로'로 불리며 거침없이 직진하는 검사 '양민혁' 역을 맡아 열연했다. 특유의 집요함과 우직함으로 놀라운 캐릭터 흡인력과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 조진웅은 '블랙머니'를 통해 다시 한번 '믿고 보는 배우'의 진가를 발휘할 예정. 여기에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열혈사제'로 완전한 대세가 된 배우 이하늬는 '블랙머니'를 통해 다시 한 번 변신을 꾀한다. 이번 작품에서 변호사 '김나리'로 분한 이하늬는 오로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양민혁'과 함께 '적과의 공조'를 펼치는 과정에서 본인이 확신했던 모든 것이 의심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섬세한 연기로 그려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개봉: 11월 13일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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