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인구 고령화 현상은 기뻐해야 할 일

“인구 고령화 현상은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얼마 전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 스리니바스 타타(55) 사회개발국장이 신문사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필자는 노인복지 실천현장에서 20년을 넘게 일하면서 급속한 고령화는 국가적 부양 부담을 심화한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던 가운데 이 같은 타타 국장의 언급을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물론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대책을 준비하지 못한 나라들도 있지만 한국은 연금제도를 상대적으로 늦게 도입했음에도 제도를 매우 빠르게 발전시켜 단기간 내 보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또 그는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정년이 연장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인과 젊은 세대가 주로 일하는 일자리 분야가 달라 일자리 경쟁도 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사회적 맥락에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은 65세, 태국 63세, 싱가포르의 정년은 62세이며, 최근 우리사회도 60세인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년 연장은 단순히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보장의 의미에 국한하지 않는다. 사회적 관계망을 연장시키는 중요한 기제가 된다.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고령화와 노년의 경제·사회활동 참여’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한국인의 사회적 관계망 보유 비중은 OECD에서 조사한 33개 국가 평균 87.1%보다 훨씬 낮은 60.9%로 조사국가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사회적 관계망 비중이 50세 이후 고령층으로 진입하면 다른 연령대보다 전반적으로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이다.

국가와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해 왔던 기성세대들이 퇴직으로 인해 소득이 줄어들고 하루 세 끼를 집에서 먹는 소위 ‘삼식이’가 되면서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다. 노인자살률 중 60, 70대 남성 노인의 자살률이 다른 성별 및 연령계층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조기퇴직한 50대 중후반 고령자의 자살률이 최근 급속히 중가함을 볼 때 정년연장을 통한 사회적 관계망을 연결 및 유지하는 것은 의미 있는 정책이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개발된 사회적 시스템이 모든 사람들이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을 할 때 직원 대신 기계를 사용한다거나 영화관에서 영화 티켓을 출력하고 팝콘을 먹기 위해 기계를 이용할 때의 느끼는 편리함은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배달해 시켜 먹는 젊은 세대에게 한정된 것이다. 노인들에겐 불편한 세상으로 바뀌는 것이다.

최근 SNS(social netwoking sevice)는 사회 관계망을 확충하고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은 이용할 수 서비스 접근성은 연령계층으로 볼 때 제한적이다. 노인들은 고독할 때 정신 건강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심리적으로 지지를 해줄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노인으로 살아간다는 자체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까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회가 연대의식을 가지고 가족을 대신한 사회가 지지체계가 되어 사회관계망을 구축하고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위한 다양한 시스템 개발과 우리들의 따뜻한 시선, 관심이 필요하다.

정희남 노인보호전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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