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가을이 입혀졌다. 가을이 오면 책과 관련된 기관에서는 독서에 관한 각종 행사를 연다. 그중 대표적인 행사가 ‘독서대전’이다. 독서대전은 크게 대한민국독서대전과 지자체 별 독서대전으로 구분된다. 대한민국독서대전은 매년 공모를 통해 독서문화 진흥에 앞장서는 지자체 한 곳을 선정, ‘책 읽는 도시’로 선포하고 해당 지자체와 함께 펼치는 전국 단위의 대규모 독서 관련 행사다.
2014년 군포에서 처음 시작된 대한민국독서대전은 인천, 강릉, 전주, 김해를 거쳐 올해는 청주에서 8월31일부터 9월2일까지 열렸으며 2020년에는 제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대한민국독서대전을 개최했거나 희망하는 지자체들은 독서문화 고양의 취지 아래 개별적인 독서대전을 운영해나가기도 하는데 전주독서대전, 김해독서대전 등이 그 예로 대부분 오는 시월에 개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독서대전을 전국적으로 펼쳐나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연 책과 독서가 가진 근본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독서대전은 어떤 식으로 독서를 장려할까? 주최하는 지자체는 저마다 주제를 정하고 그 아래에서 전시, 강연, 체험, 공연, 학술, 북마켓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이번 청주독서대전의 주제는 <책을 넘어>였다. 행사장 중앙에서는 책을 넘어선 새로운 독서 문화 생태계로 랩, 낭송, 음악 등의 행사가 제시되고 또 비중 있게 펼쳐졌다. 책을 넘어 ‘독서하는 삶’을 지향했던 독서대전이었지만, 책을 만드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독서와 연관된 행사에 더 힘을 주는 것만 같아 ‘책을 넘어’가 아닌 ‘책에 머물기’를 바라게 된 부분도 있다. 눈과 마음이 책에 머물기에 적당한 데시벨의 연주가 흐르고 광장에는 책을 읽기에 마땅하고도 아름다운 공간을 마련한다면 독자들이 책에 좀 더 온전히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말이다.
그런 아쉬움은 전체 방문객 수가 10만 명이 넘었다는 주최 측의 발표에 얼마만큼은 녹아내렸다. 행사 기간이 3일이었고, 청주시 전체 인구가 84만 명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많은 분이 ‘책’을 만날 수 있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독서대전은 제 몫을 한 듯하다.
반면, 생활 속에서 독서운동을 조용히 펼쳐가는 사람들이 있다.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의 한국지부인 KBBY 회원들 몇몇은 일상의 공간에 그곳과 관련된 책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그 정보를 서로 나누곤 한다. 예를 들면, 단골 미용실에 가면서 미용실을 소재로 한 그림책의 목록과 그중 몇 권을 사서 선물로 주는 식이다.
미용실과 관련된 책이 뭐가 있을까? <아카시아 파마>, <코끼리미용실>, <미용실에 간 사자>, <두근두근 처음 가는 미용실>, <변신미용실>, <머리하는 날>, <마빡이면 어때>, <줄무늬미용실>, <머리 감는 책>, <나는 뽀글머리> 등 그 목록을 꿰자면 스무 권은 훌쩍 넘는다.
여성 월간지를 주로 비치하던 미용실 측에서는 자신들이 일하는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나간 이야기들이 새롭고 반갑기는 것이 당연할 터이다. 미용실에 온 손님들은 일상과 독서가 밀착된 순간이 책의 내용을 내면화시켜 나가는 데에 윤활유 역할을 함을 더불어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0세에서 100세까지 폭넓은 독자층을 지향하는 장르인 그림책으로서는 그 독자층을 넓혀가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더해진다. 미용실을 시작으로 한 이 프로젝트는 빵집, 은행, 병원 등으로 이어나간다고 하니 그 후기들도 기다리게 된다.
단체든 개인이든 저마다 독서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반갑다. 2017년 국민도서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의 40%가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는 하나, 독서대전과 일상독서를 장려하는 이러한 노력들이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 기대하며 또 책을 만든다. 가을이다.
오승현 글로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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