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화령전과 정조대왕

수원화성행궁은 정조가 세웠으나 ‘화령전’은 순조가 세운 정조(正祖)의 영전이다.화령전은 1800년 6월28일 정조 서거 이후, 순조 원년 4월29일 완공하여 정조 어진을 봉안했다. 순조 4년에는 화령전에 응당 행해야 할 절목인 ‘화령전응행절목(華寧殿應行節目)’을 개정하여 수원 유수로 하여금 사맹삭(四孟朔)과 탄신제(誕辰祭), 납향제(臘享祭)를 정기 제향으로, 그리고 고유제, 이안제, 환안제를 부정기제향으로 올리도록 한 곳이다.

진전(眞殿)은, 임금의 어진(임금의 초상화)을 모셔놓은 전각으로 궁궐 밖에는 종묘(宗廟)가 있었으며 궁 안에는 선원전(璿源殿)과 영희전(永禧殿)이 있었다. 영희전은 조선시대 여섯 임금의 어진(태조·세조·원종·숙종·영조·순조)을 봉안한 전각으로 해마다 설날, 한식, 단오, 추석, 동지, 납일에 제향을 올렸으며, 1985년 보물 제817호로 지정된 창덕궁 선원전은 숙종·영조·정조·순조·익종·헌종의 어진을 봉안하고 왕이, 친히 삭망에 분향·배례 하며 각 임금의 탄신일에는 다례(茶禮)를 지냈다.

이제는 조선시대 명절다례를 올리던 영희전도 없어지고 임금의 탄신다례를 올리던 선원전은 궁내에 소장된 주요 유물들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이고 있을 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수원화성 화령전은 정조대왕이 모셔져 있다. 이 화령전은 순조 재위기간 34년 동안에 열 번의 행차와 친제가 이루어졌으며 이후 헌종 2회, 철종 3회, 고종 2회로 모두 17회의 행차와 함께 화령전에 친제(親祭)를 올린 기록이 있다.

세월이 흘러 218년이 지나도록 옛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화령전은 1963년에 사적 제115호로 지정되었다. 순조가 세운 화령전은 일제 피압박 속에서도 6.25사변에도 원형이 크게 손실되지 않아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다하여 지난 8월29일 문화재청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035호로 지정하였다.

올해는 정조대왕 탄신 267돌이 되는 해이다. 정조 서거 이후 순조가 재정한화령전응행절목에 제시했듯이, 순조가 선대왕의 탄신일에 선원전에 탄신다례를 올렸듯이 정조의 탄신일을 강조한 순조의 뜻을 기려 선원전 차례를 바탕으로 이번 음력 9월22일은 그냥 넘어가지 말았으면 한다.

일반적으로 해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태어난 날을 생일(生日)이라 하고 이를 높여 생신(生辰)이라 하며 죽은 사람의 생신에 지내는 차례를 생신차례(生辰茶禮)라고 한다. 그러나 임금이나 성인이 난 날은 탄신(誕辰), 귀인(貴人)이 태어남을 높이어 탄생(誕生), 탄생한 날을 탄생일, 탄생일을 줄여서 탄일(誕日)이라고 하며 임금이나 성인(聖人)이 탄생하는 것을 탄강(誕降)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27대(代)의 왕이 있었으나 국조(國祖)로서의 태조에게만 ‘탄강’이라고 하고 그 외의 임금에게는 ‘탄신’이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한 나라를 세운 왕은 하늘에서 내린다는 뜻으로 탄강이라 한 것 같다.

흔히 사람이 살아있을 때는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축하파티를 하지만 죽은 후에는 기일(忌日)을 중심으로 가족 친척들이 모여 돌아가신 분의 추모제를 지내게 되는데, 조선시대에는 임금의 탄신일, 정월 초하루(正朝), 동지를 삼명일(三名日) 또는 삼명절(三名節)이라 하여 승하하신 임금의 탄신일을 명절로 간주하였다.

이제 국보로 지정된 수원화성화령전에 조선시대 이래 끊긴 의례를 문헌을 바탕으로 재구하여 올리는 ‘정조대왕 탄신다례’로 정조의 효사상을 고착시키고 다도의 덕(德)을 실천하는 한국의 독창적 제례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또한, 국가보물로 지정되어 그 기쁨을 널리 알리는 축제마당으로 이어져 살아생전의 잔치를 여는 것처럼 효와 경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축제잔치로 거듭나서 지역정체성 수립은 물론 세계 속에서 민족 문화의 자긍심을 지닐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강성금 안산시행복예절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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