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가 중계인의 말만 믿고 문제가 있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을 추진했다가 국제적 망신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비자가 취소된 줄도 모르고 계절근로자로 입국한 네팔 남성 5명이 인천공항 입국자 대기실에서 9일째 포천농가에서 일하게 해 달라며 출국을 거부하고 있고 앞서 입국한 필리핀 계절근로자 가운데 한 명은 농가에 배치되기도 전에 종적을 감춰 양주출입국관리사무소가 추적 중이기 때문이다.
22일 시에 따르면 시는 농촌일손 부족사태를 해소한다며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시는 올해 69명의 네팔 계절근로자를 법무부로부터 승인받았다. 그리고 네팔과 몽골, 필리핀 등 4개국 지자체와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중계인 A씨는 상당부분 업무를 도맡아 처리했다. 업무협약은 물론이고 입국 근로자 보증서 등 입국과 취업에 필요한 업무를 A씨가 처리했다. 게다가 이번 사태를 일으킨 네팔 판초부리시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는 양 도시 관계자의 방문이나 만남도 없이 중계인에 의한 문서로만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시는 중계인에게 자국에서 제 날짜에 출국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 지난 6월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네팔 계절근로자 41명이 입국했다. 이어 시는 중계인에게 남은 네팔 계절근로자 28명을 지난 14일부터 16일 사이에 입국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12일 오후 5시 50분까지 기다려도 출국 여부가 확인이 안 되자 시는 오후 6시를 기해 28명에 대해 비자취소를 요청했다.
비자취소 사실을 몰랐던 중계인은 13일 새벽되서야 공항에서 계절근로자 13명이 출국 티켓팅을 한다는 카톡 메시지를 보낸 뒤 이날 오후에서야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공항에 도착하고서야 비자가 취소된 사실을 안 네팔 계절근로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가운데 8명은 그 다음 날인 14일 네팔로 다시 출국했지만, 나머지 5명은 입국자 대기실에서 빵으로 연명하며 포천농가에서 일하게 해달라며 9일째 출국을 거부하고 있다.
앞서 같은 방식으로 지난 6월29일부터 8월 4일까지 입국한 필리핀 계절근로자 17명 중 1명은 현재 행방불명이어서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추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애초부터 중계인 통해 계절근로자 제도를 추진한 것부터가 잘못됐다. 이제라도 계절근로자 제도와 관계된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재검토하겠다”며 “현재 네팔 계절근로자들이 다시 출국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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